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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7 - [독일 유학 정보/독일에서 취업하기] - 독일에서 취업하기 3.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을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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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8 - [독일 유학 정보/독일에서 취업하기] - 독일에서 취업하기 5. 교수님, 저는 실험실을 나가겠습니다
내 학사 전공은 "분자생물학"이었다. 처음에 이 과를 붙었을 때, 아빠 친구분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분 아들은 나랑 동갑이었는데, 얼굴도 반반하고 공부도 잘해서 그 아저씨의 자랑이었다. 나보고 대학 어디 붙었냐고 물으시길
래 어디어디 대학 분자생물학과를 붙었다고 했더니 "별 쓸데없는 과를 가네"라고 흘러지나가듯이 말씀하셨는데 나는 그게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그 아저씨 아들은 참고로 서울 시립대 경영학과를 갔다고 했다.
그 때에는 '그래도 문과보다는 이과가 낫지!' 하는 마음으로 정신승리를 했지만, 사실 분자생물학과가 취업에 정말 좋은 과는 아닌 것은 사실이었다. 학교에서도 대학원을 가려는 애들을 제외하고 나면 8할이 PEET나 MEET와 같은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이나 의전원 시험과 같은 일종의 고시공부를 준비했다. 다들 의사나 약사가 되고 싶었는데 수능 점수가 부족해서 이런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생물학과를 온 듯 했다. 나는 애초에 의사가 될 생각도 전혀 없었고, 약사가 되기엔 내가 화학을 너무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옵션은 내 선택지에는 없었다.
나머지 아이들이 제 갈 길을 찾는 것을 보면 대개는 제약회사 취업을 준비하는 듯 했다. 근데 이마저도 약대를 나온 애들이나 화학과를 나온 애들을 더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괜히 화학을 못하는 나는 기가 죽었더랬다. 그래서 나같은 애는 제약회사에서도 경쟁력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약회사를 제외하고 나면 갈만한 곳이 없었다. 직무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산업에 대해서도 잘 몰랐던 나는 그냥 취업을 생각하는 선배들이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2학년 때 다른 과로 전과를 하고 하는 것을 보고 나도 경영학과로 전과를 신청했다.
그런데 하늘이 도우신건지, 우습게도 나는 경영학 전과를 위해서 면접을 봐야하는 날 그걸 까먹고 말았다.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전과를 실패했는데, 지금까지도 이건 조상신이 도우신게 아닐까 한다. 그 때 전과를 했다면 내 인생은 지금 쯤 어디쯤에 닿아있을지 감도 오지 않는다. (적어도 석사를 하러 독일에 올 일은 없지 않았을까?)
아무튼 전과에 실패하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은 복수전공이었다. 그래도 취업을 하려면 경영학 복수전공쯤은 해야 취업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경영학은 재미가 없었고, 생각보다 경영학도들은 피터지게 공부하고 대외활동하고 조별활동을 하고 발표준비를 했다. 뭘 해도 나보다 뛰어나게 하는 그들 앞에서 나는 또 곧잘 기가 죽곤 했다. 학점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졸업은 할 수 있었고 경영학과에서는 토익성적이 700점 이상이 되면 졸업시험을 면제시켜줬기 때문에 토익을 열심히 공부했다.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학위를 하나 더 따긴 했지만, 이 학위는 향후 5년동안 내게 아무런 쓸모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이것이 내 취업을 돕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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