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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정보/독일에서 공부하기

독일 유학 솔직히 후회했던 순간들

by Layla 레일라 2023. 4. 2.

어느덧 유학이 끝난지 2년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석사 2년만 할 생각으로 독일에 왔었던 내가 지금 독일살이 5년차가 되었다는 사실이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내가 아는 꽤 많은 사람들이 독일 유학을 단지 영어로 (그리고 공짜로)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왔음에도 유학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독일살이를 이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독일이 그다지 살기 나쁜 나라는 아니구나 싶긴 하다. 아직도 어마어마하게 애틋한 정은 없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은 독일에서 더 살게 될 것 같은 내가, 유학 초반에는 독일을 너무너무너무 싫어하고 내가 졸업장 받자마자 한국 간다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었는데,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적어본다.

 

독일인들은 확실히 영어 울렁증이 있다. 지역마다 다르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뮌헨에서도 베를린에서도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의 비율이 다를 뿐, 영어 울렁증이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존재한다. 우리도 주변에 다른 한국인이 있으면 영어로 말하는 것이 부담되는 것처럼 이들도 똑같이 느낀다. 그리고 한 독일인 친구는 독일인들은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 완벽하지 않으면 하기 싫어한다고 했다. 한 개인의 의견이긴 하지만, 나는 나름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영어 자체를 싫어하거나 영어 쓰는 사람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자기가 영어를 다른 독일인들 앞에서 해야하는 상황을 싫어한다.

 

따라서 학교 밖에서는 영어만으로는 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뮌헨과 같은 메트로폴리탄급 대도시에서는 조금 상황이 다르지만 (워낙 인터네셔널들이 많아서 이런 지역에서는 영어 잘하는 독일인들도 수두룩 빽빽하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서울에서 영어 잘하는 사람 찾는 거랑 천안에서 영어 잘하는 사람 찾는게 다른 느낌...?) 어찌됐건 영어하나만으로 삶을 이어나가긴 꽤나 골치 아픈 곳이다. 구글 번역기 없었으면 정말 어찌 살았을까 싶다.

 

그리고 독일어 자체에, 특히 생물학에서 쓰이는 용어들은 영어랑 비슷한 단어들이 많다. 그렇다보니 독일인들은 독일어 스펠링으로 적어도 영어 사용자가 알아들을거라고 생각한다 ㅋ... 그래서 학교 다닐 때 100% 영어로 제공되는 석사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인 교수들이 슬라이드에 독일어를 써두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리고 독일어 못알아듣겠다고 항의하면 어차피 Zell이나 Cell 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건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었다.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자기들이나 effortlessly 이해할 수 있지, 독일어에 대한 지식이 변변찮고, 영어도 모국어로 하지 않는 나같은 학생들은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100% 영어과정이라고 광고를 하지 말았어야지 그러면...? 99% 영어 코스라고 하지..?)

 

이 언어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코스, 특히 우리 학년에는 이상하게도 독일인 학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다른 코스나 같은 코스 다른 학년에서는 이렇게 독일인 비중이 높지 않았음. 우리 전 학년도, 우리 뒷 학년도 모두 독일인 비중이 10%정도였는데 우리만 50%였다.) 처음에는 독일인이 많으니 뭔가 cultural experience같은 면에서도 조금 더 쉽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일인 classmate들이 교수님한테 독일어로 질문하는 순간 정말 화딱지가 났다. 그렇게 독일어를 쓰고 싶었으면 독일어 과정을 가지 왜 굳이 100%영어로 진행된다는 international course에 와서 독일어를 쓰는거야?

 

질의응답은 교육의 일부고, 우리는 같이 시험을 보는 그룹안에 있는데 독일어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정보가 독일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에게 제공된다는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독일에 가는데 독일어 공부하지 않은 내 탓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내가 독일어를 하고 못하고의 문제와 내가 약속 받은 교육과정을 제공받고 제공받지 못하고의 문제는 다르다. 나는 이 후로 독일 유학 컨설팅을 하면서 독일 유학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어드미션 받았으면 받은 날부터 바로 독일어 공부 빡세게 하라고 권한다. 이건 학교 밖에서의 생활을 위한 것이지 100% 영어로 제공된다고 광고한 과정에서 일부 독일어 proficiency가 필요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리고 영국에도 독일에도 살아보고 숱하게 전세계 방방곡곡 여행 다녀 본 내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독일사람들이 인종차별에 예민한 것은 맞지만 아시아인을 상대로 인종차별을 안한다는 뜻은 아니다. 흑인에 대한 racism은 상당히 awareness가 높은 반면 asian에 대한 racism은 아직 한참 멀었다. 사실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를 뿐 어느정도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독일에서 겪은 레이시즘이 다른 곳에서 겪은 것보다 월등히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독일에 인종차별이 있냐라고 묻는다면, absolutely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것 때문에 살기 힘드냐 라고 묻는다면 it depends라고 대답할 것이고, 그것 때문에 독일 유학을 비추천하냐고 묻는다면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유학하는 동안 인종차별때문에 정말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또 나름 살만해졌다. 그리고 지금와서 돌아보면 그것도 경험의 일부였던 것 같다고 느낀다.

 

아무튼 독일 유학 후회했던 순간들 정말 많지만, 다음에 또 생각나면 적어보겠다.

 

아 그리고 Research Assistant 월급 개쩍음. 이것도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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