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석사 유학 가기에는 너무 늦은게 아닐까?

 

유학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신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엇을 하는데에 있어서 늦은 나이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는 있다. 그래서 잘 생각해 보아야한다.

 

 

내가 왜 유학을 가고 싶은지

내가 유학이 끝나고 얻으려고 하는 것이 뭔지

유학을 감으로 인해 포기해야하는 것들 (기회비용)에는 뭐가 있는지

 

 

이 세가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한번 차분하게 앉아서 정리해보라.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왜 유학을 가고싶으냐고 물으면 대부분 피상적인 이야기들을 한다. 아마 내가 상담자의 입장으로 앉아있고, 경험자의 입장으로 상담을 하니까 나의 judgemental한 비난을 피하고 싶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이 혼자 앉아서 생각을 할 때에는 무엇보다 솔직해져야한다.

 

나부터 솔직해보자면, 나는 독일 유학을 유럽에서 살고 싶어서 왔다. 영국 워홀 후 유럽이 너무 그리웠다. 인스타그램에 유럽 감성 사진들을 올리면 지인들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내가 잘 나가는 것 같고, 내가 능력이 있어서 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아보였다. 누군가가 보면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건 이게 motivation이 되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 굳이 숨기진 않겠다. 조금 더 솔직해져본다면 "해외파", "유학파"에 대한 동경과 사회가 그들에게 주는 타이틀에도 욕심이 있었다. 뭔가 성공한 인생을 대변하는 것 같은 이러한 타이틀을 나도 갖고 싶었다. 출신 대학이 이렇다할만큼 빼어나지 않으니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다고 하면 내 스펙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유학을 통해 얻고 싶은 것 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나는 영어로 전공을 공부하고 싶었고, 논문을 읽고 쓰거나 자신의 연구를 다른이에게 어필하는데에 있어서 과학자의 영어능력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전공을 영어로 공부하고 싶었고, 나도 외국의 "선진교육"을 받아보고 싶었다. 또 한국에서는 대학원생의 노동력이 저평가받는데에 비해 외국에서는 노동력에 대한 댓가를 잘 쳐준다는 사실 때문에도 외국에서 석사를 하고 싶었다. 

 

유학을 선택함으로 인해 내가 포기해야하는 기회비용은 아무래도 취업의 기회였다. 이미 영국워홀로 어느정도 영어실력은 갖춘 후였기 때문에 토익이든 토익 스피킹이든 꽤 잘 맞을 자신은 있었다. 학점이 아주 나쁜 편은 아니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취업을 해서 2년간 직장경력을 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취업이란게 말이 이렇게 쉽지 막상 해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런 터널을 지나기에 내가 갖고있는 것들 (스펙)이 변변치 않아서 걱정이 많이 됐었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에게 2년의 유예기간을 더 주고, 이 기간동안 석사 학위도 따고 누구보다 빼어난 스펙을 쌓아서 2년 후에는 내가 지금 당장 학사로 취업할 수 있는 회사들보다 훨씬 좋은 회사들에 더 좋은 자리에 취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나는 이 기회비용에 대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기회비용은 커진다. 주변에서의 압박이나 특정 나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것들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큰 결정을 쉽게 쉽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이 많은 사람들은 고민이 많다. 나 또한 유학을 결심하면서 "졸업하고 나면 한국나이로 28살일텐데 그때까지 직장경력 하나 없는 신입으로 취업이 안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을 꽤 많이 했더랬다. 

 

지금 석사 막학기를 하면서 돌아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스스로에게 선물한 유예기간만큼 나는 남못지 않은 좋은 경험과 경력을 쌓았고, 덕분에 나는 더 나은 candidate가 되어 취업시장에 나갈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석사를 마치고 나서의 나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석사를 하는 동안 쌓을 수 있는 경력과 스킬들이 내가 석사를 하지 않고 지냈을 2년에 비해 더 큰 값어치를 가지느냐 갖지 않느냐를 판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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