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다가 인터넷에서 많이 보게 된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바로 "독일 유학에서는 입학이 제일 쉽다" 라는 말이었는데, 당시에는 내가 이 말 뜻을 "입학은 쉬우나 졸업이 어렵다" 라고 이해했던 걸로 기억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에 대해 공감할 사람들도 있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입학도 쉬웠고 졸업도 쉬웠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입학이 어려웠고 졸업이 쉬웠다고 할 수도 있을텐데, 이렇게 같은 독일 유학을 두고도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독일 유학이라고 다 똑같은 독일 유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학교 안에서도 코스에 따라 전공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비슷한 분야라고 할지라도 커리큘럼과 시험 자체도 다르고 교수진 또한 다르기 때문에 코스의 난이도가 다르다. 따라서 독일 유학한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으니 이 말은 무조건 맞는 말이야 라는 태도는 부디 버렸으면 한다.
나의 경우에는 입학은 당시에는 매우 어렵게 느껴졌다. 일부 학교 (내가 굳이 가고싶진 않았던 학교)들은 도대체 내 서류를 평가하긴 한걸까 싶을 정도로 그냥 냅다 합격증을 주기도 했고, 일부 학교는 따질건 다 따져서 끝까지 마음졸이게 한 후에 붙여주기도 했다. 따라서 당시에 준비하던 과정에서는 가고싶은 학교들은 다 이렇게 깐깐하게 굴었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졸업은 생각보다 쉬웠다. 다들 그렇게 졸업이 어렵다 어렵다 겁을 줬던 터라 초반부터 나는 잔뜩 긴장해있었다. 시험도 정말 필사적으로 준비하곤 했는데, 우리과의 경우는 필기시험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연구실에서 lab rotation을 하고 그 후에 적은 소논문과 디펜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따라서 필기 시험 조금 망치더라도 논문만 잘쓰고 발표만 잘하면 어느 정도 그 학기가 커버가 되는 셈이었다.
물론 공부하는 당시에는 많이 스트레스 받고 정말 할일이 많아서 허우적대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뒤돌아 봤을 때는 절대 불가능하지 않았다. 나는 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블로그랑 유튜브를 꾸준히 했었는데 (물론 시험기간에는 종종 잠수를 타기도 했지만) 이렇게 취미생활 혹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병행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고, 코스가 너무 빡세서 졸업을 연기해야할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코스가 이런 것은 아니다. 어떤 곳은 학생들이 대개 졸업하는데에 2.5년에서 3년이 걸리는 곳들이 있다. 이런 곳은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쉽게 fail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험이 너무 많아서 한번에 그 많은 시험을 다 칠 여력이 없는 경우 시험을 미루면서 졸업이 연기되기도 한다. 우리과의 경우는 이론이나 필기시험보다는 실기와 연구중심이었기 때문에 정말 연구실에서 눈에 띌 정도로 나태하게 굴지 않은 이상 이 과목들을 fail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학을 하고 조금 더 연구 경력을 늘리거나 시험을 천천히 자기가 준비 되었을 때 보고 싶어하는 애들은 매 학기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시험을 보지 않은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게 workload가 정말 불가능한 수준이어서 이런 것이 아니고 자기들이 선택을 한 것이었다.
따라서 내 석사 생활을 돌아보면 제 때 끝내려고 마음만 먹었으면 스트레스는 좀 받겠지만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코스였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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