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유학 정보/독일에서 취업하기

독일에서 취업하기 3.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을 하라고?

by Layla 레일라 2021. 3. 7.

2021/03/06 - [독일 유학 정보/독일에서 취업하기] - 독일에서 취업하기 1. (프롤로그) 독일어를 못해도 가능하다

2021/03/07 - [독일 유학 정보/독일에서 취업하기] - 독일에서 취업하기 2. 졸업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마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당시 "한비야"라는 작가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이라는 책이 한참 히트를 쳤던 것 같다. 그 책에 나왔던 문구였는지 어떤 인터뷰에서 작가가 했던 말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을 하라"라는 말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 나는 그 말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고, 이 말은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나는 커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내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을 찾지 못했다. 크면 클수록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 자체도 별로 없었고, 대개 내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은 다른 사람의 가슴에도 불을 지피는 일이었기 때문에 1. 밥벌이가 쉽지 않거나 2. 경쟁이 너무 심하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나를 쉽게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현실적인 밥벌이 수준과 사회적인 지위를 고려해서 (어디가서 꿀리지 않을 직업을 가져야한다는 압박) 내 장래희망은 다양하게 변해왔다.

 

영어선생님 - 단지 처음 배우기 시작한 영어단어를 혀를 꼬며 읽었더니 영어발음이 좋다는 칭찬을 받았기 때문에

과학자 - 당시 나를 가르쳐주셨던 과학선생님이 좋았고, 생물파트 점수가 잘나왔기 때문에

전문 과외 선생님 - 대학교를 다니며 했던 과외가 생각보다 쏠쏠한 수익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제약회사 R&D팀 연구원 - 4년동안 공부했던 분자생물학 + 2년동안 공부했던 재생생물학을 써먹을 수 있으면서 괜찮은 밥벌이를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 때문에 

생물학 교수/정부출연연구소 박사 - 교수님들이 멋있어보이기도 했고, 교수든 정출연 박사든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대부분 장래희망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긴 했지만, 이건 다분히 선생님이라는 지위가 어느 정도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기 때문이었지, 정말 내가 가르치는 것에 엄청난 재미를 느껴서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식으로 정한 내 장래희망 중 그 어떠한 것도 내가 "평생 이 일을 하고 살아도 되겠다" 라는 기분을 들게 해주지 않았고, 더 심각한 것은 "이걸 일주일에 40시간씩 하며 살아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조차 들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일을 하려다 보면 이상한 걸 하게 된다는 말이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죽어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어디가서 꿀리지 않을 직업명과 어디가서 꿀리지 않을 연봉이었다. 그런데 이 세가지 (지위, 연봉, 적성)을 다 만족하는 직업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 처럼 보였다.

 

너무 업계의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이러이러한 파트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야하는게 고등학교 때 문과 이과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유튜브에 "인싸담당자"라는 분이 있는데, 이 분이 올려주시는 다양한 취업 관련 영상들을 보면서 전혀 몰랐던 직무들에 대해서 하나둘씩 짬짬히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정형화된 직무들 사이에는 내가 설 자리는 없었다.

 

생물학 석사 졸업자에게는 R&D나 판매/영업을 제외하고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보였다. 아니, 어쩌면 이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게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