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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정보/독일에서 취업하기

독일에서 취업하기 5. 교수님, 저는 실험실을 나가겠습니다

by Layla 레일라 2021. 3. 8.

2021/03/06 - [독일 유학 정보/독일에서 취업하기] - 독일에서 취업하기 1. (프롤로그) 독일어를 못해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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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7 - [독일 유학 정보/독일에서 취업하기] - 독일에서 취업하기 3.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을 하라고?

2021/03/08 - [독일 유학 정보/독일에서 취업하기] - 독일에서 취업하기 4. 박사과정은 절대 안할거야!

 

생물학을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은 아마 아래의 문장들에 공감할거라고 생각한다.

 

1. 생물학과를 전공한 이상, 대학원은 필수처럼 느껴진다. 

2. 생물학 학사로는 취업할 데가 없다.

3. 석사는 거의 기본이고, 돈을 좀 더 받고 싶다면 박사까지도 해야한다.

4. 박사 다음에는 포닥을 어느정도 해야 괜찮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내가 학부때 대학원을 가지 않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이유는 도대체 이 길에는 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 좀 그만 하고 싶은데, 계속 "~하려면" 학위를 더 해야한다라는 식으로 결론이 나는 이 분야는 도저히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취업준비는 대학원만큼이나 무서웠고 나도 몇년동안 취준을 하는 최악의 상황에 치닫게 될까봐 도망치듯이 영국워홀을 갔다 왔지만,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여태 공부해왔던 전공을 버리긴 아까우니 전공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겠다 라는 마음이 들어서 구인공고들을 살펴보니 또 그때는 왜 그렇게 "석사졸업자"를 찾는 공고들만 눈에 들어왔는지, 나도 모르게 이 분야에서 취업을 하려면 석사가 필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전 글에서 취업이 안돼서 대학원을 가려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었는데 (참고), 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석사를 한다고 해서 취업의 문이 절대 넓어지지 않는다. 석사를 좋은 데에서 하려고 쏟는 노력만큼을 취준에 쏟는다면 학사로도 충분히 취업이 가능하다. 그리고 석사를 한다고 무조건 연봉이 높아지지 않으며, 석사를 했기 때문에 더 직업을 찾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아이러니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석사를 한 사람들은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급여를 학사보다는 더 줘야할 것 같은 압박이 있다. 굳이 석사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직무에 지원하는 경우, 특히나 이런 석사 학위는 인정을 못받을 수도 있다. 이 말인 즉슨 학사졸업자와 비슷한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년이나 더 공부했는데 딱히 써먹을 수가 없다면 그만한 손해도 없을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그 당시 내 전공을 살리기 위해선 석사가 필수 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대학원진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토록 원했던 실험 경력을 쌓으며 여러 실험실을 거치다보니 실험실에서 일하는 것이 진짜 3D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온갖 발암물질, 몸에 해로운 약품들, 어떤 바이러스, 어떤 균에 감염되었는 지 알 길이 없는 사람 조직 샘플에 항상 노출되어있고,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할 때도 많으며, 오랫동안 서있어야하고, 무엇보다 나는 매일같이 쥐를 희생시켜서 실험해야하는 것도 싫었다. 이 모든 것이 재미있지가 않았다. 실험하는 동안 하나라도 실수할까봐 바들바들 떨면서 실험을 하는 것도 싫었고,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와는 무관하게 그냥 망해버리는 실험들이 있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나는 실험실을 나오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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