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깻잎을 키운다는 포스트나 유튜브영상을 올리고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흙을 도대체 뭘썼는가이다.
독일에 사는 한인들의 커뮤니티들을 살펴보면 Kräutererde(허브용 흙)나 Gemüseerde(채소용 흙)나 Blumenerde(꽃용 흙)를 많이 쓴다고 나와있는데, Blumenerde는 화학비료가 많이 들어갔다면서 쓰지말라는 사람들도 많다. 근데 나는 마트에서도 유기농만 먹는 사람도 아니고, 어차피 우리 먹는 채소들 대부분 화학비료가 들어가있다는 거 알고 먹는거라 별로 개의치 않았음... 화학비료라는 말에 화학이라는 말이 들어가서 화학비료 써서 키운 작물을 먹으면 왠지 약품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데, 화학비료는 공장에서 질소, 인, 칼륨등을 "화학적
으로 정제해서 만들어서 그렇게 부르는거다. 실제로 우리가 마트에서 사다먹는 채소 중 화학비료 안쓴 채소가 얼마나 될지 궁금함 ㅎ
아무튼 Kräutererde에 더 비료가 많아서 모종이 어릴 때 여기에 심으면 비료 독성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키친타올 위에서 파종 후에 흙으로 처음 옮겨심을 때는 Blumenerde를 썼다.
2020/04/21 - [독일 유학 정보/독일 사는 이야기] - 독일에서 깻잎 키우기 1 : 파종과 발아
Kaufland에서 20리터 짜리를 2유로가 채 안되게 주고 샀던 universal blumenerde. 20리터면 엄청 많아보이지만 깻잎을 키우려면 흙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더 작은 걸 사면 또 사야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사실 들어가있는 양분?을 비교해보면 사실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질소랑 인이랑 칼륨은 비료의 3요소라고 불리는 애들인데, 이것들이 다 들어가있고, 들어가있는 양 또한 거의 비슷한 것 같다. 근데 이상하게도 Kräutererde에 들어가있다고 하는 양들은 좀 편차가 심함.... 50-250mg/l....가 무슨소리야...;
아무튼 파종 후 처음 옮겨심기 할 때에는 꽃용 흙을 썼다. 화분은 식물 크기에 비해 너무 깊은 걸 쓰면 물이 잘 빠지지 않아 또 썩거나 곰팡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해서 15cm정도 깊이가 되는 애들로 사다가 썼다.
자갈은 그냥 강변에서 주워온걸 박박 씻어서 썼는데, 이 자갈들 덕분인지 물빠짐이 좋아서 물 주고나서 하루 이틀 정도면 겉흙이 말랐다. 결론적으로는 그래서 흙이 있었던 깊이가 10cm가 채 되지 않았다. 흙이 많으면 많을수록 노지와 비슷한 환경이라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집에서 키우는 화분과 노지는 많이 다르다. 아무리 집안이 환기가 잘된다고해도 노지에서 밤새 바람을 맞는 것과는 다르고 일단 노지는 열려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다른 식물/곤충들과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있다. 하지만 집에서 키우는 화분은 닫혀있는, 갇혀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화분을 크게 만들어준다고해도 노지와 같아질 수는 없다. 따라서 식물체 크기에 맞는 화분을 쓰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독일에는 마사토가 없다. 펄라이트라고 불리는 마사토 대체재도 없다. 그래서 인터넷에 깻잎 키우는 걸 찾아보면 꼭 마사토를 넣어야한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마사토를 도저히 구할 수가 없다!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화분을 키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봐도 그런건 찾을 수가 없었고, OBI에 가서 펄라이트라도 있는지 물어봤지만 거북이키우는데 쓰는거? 라는 대답을 듣고 포기했다. 근데 막상 Kräutererde를 사보니, 뭔가 하얗고 동그란게 들어있었는데 아마 이게 펄라이트 비스무리한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OBI에서 10리터짜리를 사다가 썼는데, 모종들이 어느정도 자라고 본잎이 두쌍정도 나왔을 때 다시 분갈이를 해줬다. 깻잎은 밀식재배 (식물간의 거리가 다닥다닥 좁게 키우는 것)를 하면 절대 안된다고, 여러개를 심어서 키우는 것 보다 한 두개를 잘 키우는게 훨씬 많은 깻잎을 건강하게 얻을 수 있는 비결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름 넓게 넓게 심는다고 했는데 내가 갖고있는 깻잎이 거의 10개가 넘어가는데 얘네들 하나마다 지름 30cm짜리 화분을 만들어주기에는 기숙사 방이너무 비좁아질 것 같아서 지름 30cm짜리 화분에 2~4개씩 심어줬다. 이때의 화분 깊이는 30cm가 넘는걸로 썼다. 이것도 사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모종이 작을 때는 너무 깊은 화분을 쓰면 안되고, 모종이 커가는 과정에서는 또 너무 작은 화분을 써도 안된다. 충분히 깊어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화분을 써야 잘 자랄 수 있고, 식물체 크기에 맞는 화분을 써야 물이 적당히 빠져서 과습을 방지할 수 있다.
Kräutererde를 샀을 때는 OBI에서 Seramis사의 plant granule이라는 걸 같이 사왔다. (아마존에서도 판다.) 이게 수경재배하는 작물에다가 쓸 수 있다고도하고, 또 화분 위에 덮어서 장식용으로 쓸 수도 있다고 하는데, 살까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가격이 꽤 나간다) 결국 마사토 대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사봤다. 지금은 분갈이 한 지 몇 주 지났는데 아직까지 별다른 이상징조가 없는 걸로 보아 나름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근데 이게 정말 일이 많은게... 처음 사오면 황톳물이 어마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이거 안씻고 썼으면 정말 물 줄때마다 황톳물 주룩주룩 나왔을 듯...
이거를 박박 씻어서 사용을 하면 되는데 화분 아랫쪽에 자갈대신 깔아줬다. 얘도 한 30cm 화분의 15cm정도가 이걸로 찰 수 있게 배수층을 만들어줬다. 배수층 없이 그냥 흙만 넣으면 반드시 뿌리가 썩는다. 그러므로 꼭 이 배수층을 만들어주도록하자. 하지만 Kräutererde는 조금 문제가 있었다. 물을 처음 줄 때부터 느꼈지만, 배수가 정말 안되는 스펀지같은 흙이었다. Blumenerde같은 경우는 처음 분갈이를 끝내고 물을 줄 때 물이 쭈욱-빠져나가는게 눈에 보였는데 Kräutererde는 물이 한동안 고여있다가 천천-히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뭐 허브용 흙이라는데, 더 좋겠지 하는 마음에 그냥 뒀다가 낭패를 보았다.
화분에 하얀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화분을 매일 아침, 그리고 하루에도 십수번씩 들여다보기때문에 이걸 빨리 캐치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고 하루나 이틀 더 뒀다면 식물에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하얀곰팡이는 과습 때문에 생긴다. 물이 빠져나가지 않고 며칠을 같은 자리에서 고여 있었는데 곰팡이가 피고 썩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얀곰팡이에는 과산화수소수를 써라, 에탄올 희석액을 써라, 해충약을 써라 등등 많은 조언들이 있었지만, 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일단 흙을 좀 말려줬다. 내 방은 큰 창문이 있고 요즘은 날이 따뜻해서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팡이가 생긴다는 것은 여전히 통풍이 흙을 충분히 말릴 수 있을만큼 원활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햇빛에 말리는걸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선풍기를 약하게 틀어서 말려줬다. 그리고 물을 주고 난 후에는 흙이 단단하게 서로 뭉치는데, 그렇게 뭉쳐있으면 공기가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더 쉽게 썩는 것 같아서 흙을 이쑤시개로 다 들쑤셔줬다. 그래서 밥을 짓고나서 밥을 헤쳐주듯이 흙도 그렇게 헤쳐줬다.
그 후에 곰팡이는 다시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과산화수소수든 에탄올 희석액이든 해충약이든 아무것도 쓰지 않고서 곰팡이 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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