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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정보/독일 사는 이야기

독일에서 코로나 확진을 받다

by Layla 레일라 2020. 10. 21.

2일차 (19일 월요일)

병원을 나섰는데 추웠다. 의사선생님이 주신 일 못나갈 때 회사에 내는 소견서(?)와 처방전을 들고 크리스에게 연락을 했다. 병원이 지금 사는 집에서는 꽤 멀어서 트램이나 버스를 탈까도 생각했는데 정말 만에 하나 양성인 경우를 대비해서 그냥 크리스 차를 타기로 했다. 크리스는 미팅이 있어서 나를 태워다 주고 바로 집에 갔는데 두번째 미팅 하기 전에 나를 픽업하러 올 시간이 된다고해서 장소를 찍어주고 나는 약국에 갔다. 약국에서 약을 받아서 나오고 크리스 차를 타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도 나는 낮잠을 잤던 것 같다. 낮잠을 자고나면 유독 아팠는데, 괜히 아프고 신경질이 나서 크리스한테 짜증을 많이 부렸다. 이때까지만해도 기침은 많이 나오지 않았고 콧물이랑 두통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마 월요일에 설사를 두번 했던 것 같다. 근데 나는 보통 생리를 하면 설사를 하는데, 이때가 생리 시작하고 겹쳐서 이게 생리때문인지 아파서 그런건지 구분이 안갔다. 그리고 이날부터 후각이 감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디퓨저에 코를 갖다대고 있는 힘껏 들이마셔야 조금 냄새가 날까말까 했다. 근데 이것도 역시 당시에는 한편으로는 코로나때문일까? 하고 걱정을 하면서도 크게 코로나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왜냐면 코감기에 걸렸으니 냄새를 못 맡는게 어쩌면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이 날은 또 낮잠을 자서이기도 하고 어느정도 체력이 회복이 되어서 저녁에는 일을 하기도 했다. 레몬앤진저 티가 감기에 직빵이라는 신조가 있는 나는 꿀이랑 레몬, 생강을 넣고 티를 만들어 마시고 크리스도 한 잔 만들어줬다. 원래 새로운 음식 시도하는거 되게 싫어하는 크리스인데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자기 몸 챙기는데에 필요한거라고하니까 두말 않고 잘 마시더라 ㅋㅋㅋ 그리고 올쏘몰도 하루에 한잔씩 물에 타서 마시고 있다. 전에는 이거 냄새 역하다면서 죽어도 싫댔으면서.

 

아무튼 그래서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뭔가 날 안아줄 때에도 은근히 주춤하는게 느껴져서 뭔가 날 바이러스덩어리 취급하는 것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서운해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심지어 이 때는 우리 둘다 코로나 아닐거라고 거의 한 90퍼센트 확신하고 있었던 때였는데 이렇게 대우하니까 더 서운했었다. 아무튼 후각이 무뎌져서 음식을 먹을 때 기분이 참 이상했다. 분명 눈으로 보면 맛있는 음식이고 내 머리에는 맛있는 음식이라고 저장되어있는 것인데도 입에 넣어서 맛을 보면 강렬한 맛들 (단맛 짠맛 신맛)아니면 통각인 매운맛만 느껴지고 그 음식의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내가 지금 맛있는걸 먹고 있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인지와 실재의 부조리가 심했다. 그래서 식욕이 조금 떨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먹을 건 다 챙겨 먹었다.

 

밤에는 좀더 따뜻하게 이부자리를 준비하고 잤다.

 

 

3일차 (20일 화요일)

간밤에 잠을 잘 자서 이 날은 컨디션이 좋았다. 아침에도 자고일어나서 개운한 느낌이 있었고 밤새 자면서 입으로 숨을 쉬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코가 막히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예민해져서 코가 화-한 느낌이 드는데, 그래도 용케 자는동안은 코로 숨을 쉬었나보다. 열은 이제 더이상 없고, 여전히 콧물이 주구장창 많이 나왔다. 그리고 아침의 찬 공기 때문에 재채기가 많이 나왔는데 덕분에 코 깊숙히 있던 콧물들까지 다 풀어낼 수 있었다. 이 날은 내가 굳이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대변을 보지 않았거나 보았어도 설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후각이나 미각은 여전히 감퇴되어서 음식맛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 아침에 검사 결과를 알려주기로 했는데, 아침에 전화가 안왔다. 근데 의사쌤이 그 때 아침에 연락이 안가면 좋은 소식인거라고 해서 나는 그냥 당연히 음성이겠거니 하고 믿고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좀 하려고 했으나 금세 피로해져서 어젯밤에 잠을 많이 잤는데도 다시 낮잠을 자야했다. 그렇게 오후까지 낮잠을 잤는데 크리스가 뭔가 날 신경써주지 않는 것 같아서 또 투정을 부리고 삐졌다. 그러고나서 크리스가 낮잠을 자러 들어가는 바람에 또 병원에 전화할 기회를 놓쳤었다. 결국 3시가 넘어서 전화를 했는데, 처음에는 전화도 안받더니 계속 하니까 그제서야 받았다. 크리스가 독어로 얘기를 했는데, 검사결과를 듣고싶어서 전화했다고 하니까 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verheiratet"이라는 단어가 들렸다. 우리가 결혼한 사이인지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크리스가 아니라고하자, 그 사람은 "결혼한 사이가 아니면 이걸 대신 들어줄 순 없어"라고 얘기했다.

 

이때부터 뭔가 느낌이 쎄해지기 시작했다. 크리스와 나는 "아니 당연히 음성일건데 뭘 이렇게 까탈스럽게 군담?"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지만 둘다 내심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핸드폰을 받아들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크리스가 뒤쫓아 왔다. 전화기 너머의 직원은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잠시 후에 돌아와서는 "You are positive"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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