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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정보/독일 사는 이야기

독일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다

by Layla 레일라 2020. 10. 21.

 

뭐 이런 걸 경사라고 블로그 글을 쓰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하루 이틀 지나다보니 기억이 희미해져서 그래도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1일차 (18일 일요일) 증상 발현

일단 증상이 시작된 건 18일 오전이었다. 17일 저녁에 크리스랑 싸우고 화가 나서 거실에서 잤는데, 거실이 상대적으로 침실보다 추워서 자면서도 추웠던 기억이 좀 있었다. 자고 일어나서 맑은 콧물이 미친듯이 쏟아지고 코랑 목이 따끔따끔해서 아 감기 제대로 걸렸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오전내내 수업을 하면서도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이때까지만해도 열이나 기침은 없었다.

 

10시반?쯤 되고나서 상태가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온몸이 피곤하고 늘어지는데 이 전날 쇼파에서 잠을 잤던 터라 몸이 뻐근했고, 잠 자체를 잘 못자서 피곤한거겠거니 했다. 크리스랑 냉전중이긴 했지만 그래도 왠지 아프다는 걸 얘기해야할 것 같아서 방으로 와달라고 했다. 근데 이때까지만해도 장난칠 기력은 있었음. 그러고나서 크리스가 아프면 일단 한숨 자는게 좋겠다고 해서 한숨 잤다. 근데 이때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잤는데 그 덕분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났을 때 열기운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온몸이 아팠다. 몸살감기처럼 아팠는데, 크리스가 갖고있던 파라세타몰을 하나 먹고 크리스한테 수건에 물을 적셔서 갖다달라 해서 다리에 덮고 있었다. 그렇게 한 30분쯤 지나자 열은 내렸다. 근데 내가 갖고 있는 체온계가 국산인데 (!) 정말 도움이 1도 안됐던게, 뭐 재기만 하면 얘는 맨날 36.4도래; 그러고나서 계속 재면 잴수록 올라간다. 그래서 한 열번 재고서는 포기함. 암튼 근데 체감상으로는 열이 그래도 꽤 올랐었던 것 같다. 근데 몇도까지 올랐는지는 오리무중.

 

그렇게 일요일 낮에는 열이 조금 있었는데 파라세타몰을 먹기 시작하고서는 열이 내려갔다. 그 이후로는 꽤 살만해졌었음. 우리 둘 다 코로나는 아니고 그냥 일반 독감이나 감기인 것 같다 하고 생각했던 이유가 생각보다 별로 안아팠기 때문이었다. 나는 감기에 심하게 걸리면 보통 임파선이 많이 붓는데, 이번에도 임파선이 붓긴 부었지만 그렇게 심하게 붓지도 않았고, 또 나는 감기에 걸리면 전신의 피부가 따끔따끔한데 이번엔 그런 증상도 없었다. 그래서 아 별로 심하지 않은 감기구나 싶었음. 그리고 우리가 항상 미디어로 들어왔던 코로나 증상들은 너무 아파서 호흡곤란이 오거나 정말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힘들다고 했는데, 나는 심지어 앉아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돌았다. 그래도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걱정이 안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연구소에서 알려준 코로나 대응 행동강령을 다시 읽어봤는데,

 

걱정이 되거나

만성적이지 않은 기침

설사

후각 또는 미각의 상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된다면 일단 출근하지 말고 corona hotline이나 가정의 (hausarzt)에게 연락을 해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corona hotline에 전화를 했더니 드레스덴 지사(?)에 연결을 해준다길래 기다렸으나 10분이 넘도록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여러차례 전화를 했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고, 일단은 그럼 일요일이라 아무도 일하는 것 같지 않으니 월요일에 날이 밝는대로 하우스아츠트에게 전화를 해보자 하고 일단은 교수님에게 Flu-like symptom이 생겼다며 연락을 해뒀다. 지난주에 오피스를 몇번 들락날락했고, 또 계약서 관련해서 다나하고 같이 붙어앉아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기 때문에, 진짜 만에 하나 코로나인 경우를 대비해서 일단 빨리 알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은 지금 네 계획에 완전히 동의한다며, 하우스아츠트와 상의해보고나서 어떻게 얘기됐는지 업데이트 해달라고 하셨다. 그러고 이 날 밤에는 그동안 밀렸던 일들을 조금 해치우고 잤다.

 

그런데 이날 밤에 잠을 자면서 꽤 아파지기 시작함. 밤에 기침, 재채기를 자주 했던 것 뿐만아니라 코가 많이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쉬다보니까 입술이 자꾸 말르고 부르텄다. 아 그리고 또 혀에 빵꾸가 뚫렸다. 이런 걸 수포라고 하나? 혀 왼쪽 끝부분에 하얗게 수포가 생겨서 물을 마실때에도 아팠다. 아무튼 자는 것 같지 않게 잠을 자는 바람에 크리스도 많이 깨웠다.

 

 

2일차 (19일 월요일) 코로나 검사를 받다

아침에 일어나고 나니 좀더 아팠다. 나는 기침은 별로 나오지 않았는데 그렇게 콧물이 많이 나왔다. 온 몸에 있는 물이 다 코로 빠져나오는 기분이었다. 아침에는 식욕조차 없었다. 하우스아츠트에 연락을 해보니 오후 2시로 테어민을 잡아줬다. 정말 여기서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은 코로나 환자들을 받는 병원으로 오라고 한게 아니라 일반 환자들이 들락거리는 가정의학과로 그냥 오라고 한 것이었다. 근데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하니 그저 오라는 병원으로 갔다. 크리스가 차로 태워다 줘서 1시 50분쯤 병원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2시에 오픈을 하기때문에 꽤 기다려야했다. 기다리는 동안에 몸살감기기운이 돌아서 몸에 힘이 없어서 그냥 축 쳐져 있었다. 테어민이 있는데도 50분을 넘게 기다렸다. 의사선생님은 매우 바빠보였는데, 나를 본인의 오피스에 앉혀두고서도 여기저기 많이 뛰어다니셨다. 전화도 계속 받으시고.. 매우 바빠보이셨다. 한 20분을 날 코앞에 앉혀두고 엔슐디궁엔슐디궁 하면서 다른 일을 하시다가 드디어 내게 왜 왔냐고 물어보셨다. "감기 비슷한 증상들이 있어서요"라고 얘기하면서 어디어디가 아픈지 쭉 말했다. 편도를 한번 보시겠다고 하시더니 장갑도 없이 혓바닥을 누르는 나무막대기를 집어들으셔서 적잖이 당황했다. 물론 의사쌤은 마스크와 의사 가운을 제외한 그 어떤 보호장비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편도를 보시더니 음.. 하시고는 서랍에서 갑자기 뭔갈 꺼내시면서 "테스트를 해볼거에요"하시길래 "무슨 테스트요?" 하니까 "코로나 테스트"라고 하셨다. 정말 놀랐던 것은 코로나 검사를 할 때 조차도 의사쌤은 장갑을 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으로 된 마스크와 눈을 가릴 수 있는 안경?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보호장비가 없이 검체를 채취했고, 검체채취는 누누히 들어온 바와 같이 굉장히 불편한 경험이었다. 나는 코로는 채취하지 않고 목에서만 채취를 했는데 그 면봉의 느낌이 한시간 정도는 계속해서 남아있었다. 목 깊숙히 면봉이 들어올 때 헛구역질이 올라왔는데 그 때 어쩌면 비말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나 뿐인듯 했다. 검체를 다시 통에 넣으시면서 의사쌤은 "솔직히 내 생각엔 코로나는 아닐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청진기로 숨소리도 들어보신 후여서 뭔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겠거니 했다. 그래도 검사 결과는 내일 오전에 나올 것이고,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면 병원에 내가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도 된다고 하셨다. 의사쌤은 nasal spray와 유칼립투스가 들어간 뭐시기를 처방해주셨는데 이건 내가 작년에 감기와 각종 염증으로 입원했을 때 주셨던 것들과 다르지 않았다.

Get well soon 이라는 말을 듣고는 병원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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