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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정보/독일 사는 이야기

코로나 확진 후 병이 악화됐다

by Layla 레일라 2020. 10. 31.

후각을 잃고나서는 병세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코에서 시작되었던 감염증이 점점 하기도로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목이 따가운 증상은 첫날부터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코나 목에 관련된 증상들보다는 기침이 압도적으로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예사스러운 기침은 아니었다. 코로나에 걸리고도 모르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예사로운 기침은 아니었다. 분명 호흡기에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겼구나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폐가 들썩들썩 거리게, 갈비뼈가 들썩들썩 거릴 정도로 심하게 기침을 했다. 문제는 가래가 별로 없는 마른 기침이었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기침을 하고나면 목이며 가슴이며 할 것 없이 다 아팠고, 너무 기침을 심하게 한 탓에 갈비뼈나 등쪽의 근육마저 아팠다.

 

그리고 잠이 무척 많아졌다. 그냥 컨디션 자체가 안좋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는 느낌도 없진 않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잠을 많이 잤다. 아픈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굳이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정신이 있어봐야 기침만 하고 아프기만 하니까 그냥 될 수 있는대로 많이 잤다. 눈을 떠서는 밥을 먹고 약을 먹었다. 코로나는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그냥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약을 처방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코로나 확진을 받고나서도 새로 받은 약도 없었을 뿐더러, 의사가 그냥 전화 한통 띡 해서 "내가 저번에 처방해준거 먹으면 돼" 라고 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집에 모셔두고 있었던 상비약을 꺼내 먹었다. 의사가 처방해준 것은 사실 약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유칼립투스 추출물"로 만든 것이었는데, 항생제를 거리낌없이 내어주는 우리나라 병원들과 달리 독일의 병원에서는 어지간한 "약"을 쉽게 처방해주지 않는다. 물론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병이 잘 호전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다.

 

머리가 아프거나 어딘가가 아플 때면 파라세타몰을 먹었다. 의사가 준 유칼립투스 추출물을 함유한 약같지도 않은 약은 식전에 먹으라고 해서 그걸 먹고 굳이 밥을 챙겨먹느라 곤욕이었다. 밥을 먹고나면 그냥 하릴없이 유튜브나 보다가 다시 잠들곤했다. 친구와 남자친구가 Husten und Bronchial Tee라는 "기침과 기관지 차"를 사다줬다. 틈틈히 이걸 끓여마시고, 남자친구가 마트에서 사온 Hohes C라는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되어있다는 음료수를 마셨다. 거기에 매일 1.5리터짜리 물 한 통을 비워냈으니 정말 많은 액체를 마셨다고 자부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또 후각에는 zinc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남자친구를 시켜서 Rossmann이라는 드럭스토어에서 아연 보조제를 사다달라고 했다.

 

정작 약 다운 약은 하나도 먹지 못하고 이런 것들을 먹으면서 병을 이겨내려하고 있었다. 셋쨋날 쯤 부터였나 갑자기 설사를 하기 시작해서 밥도 사실은 제대로 먹지 못했다. 남자친구에게 죽을 끓이는 법을 가르쳐줘서 매끼를 죽으로 해결했었다. 아팠던 열흘정도의 시간동안 몸무게가 3kg 정도가 줄었는데, 당시에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진짜 내가 죽을 병에 걸린걸까 하는 생각이 더 나를 무섭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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