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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삶

까미노 데 산티아고 (1) 준비하기 :: 일주일짜리 루트

by Layla 레일라 2022. 9. 15.

까미노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거의 10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혈기왕성하고 도전적인 것들을 좋아했던 20대 초반의 나는 어느날 갑자기 걸어서 서울을 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가방을 챙겨서 한겨울에 수원에서 잠실까지 50km에 이르는 거리를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헬스장을 다니고 있었던터라 어느 정도 trained 되어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날 갑자기 준비 없이 50km를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에서 정말 죽은 듯이 잤던 기억이 있다.

 

국토종주, 해외에서 한복입고 여행하기 등과 같은 젊을 때 패기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 둘 씩 해치우면서 성취감을 느꼈던 나에게도 까미노는 온전히 내 ego를 충족시켜주기 적절한 액티비티였다. 정말 종교적인 이유는 0.1g도 없이, 온전히 열정과 패기만으로 까미노를 하고 싶었다.

 

딱히 못했던 이유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시간 문제가 컸다. 나이가 들 수록 인생에서 한달 정도 여유를 내기가 참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일하고 있는 독일 회사에서는 1년에 30일의 휴가가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주말이며 공휴일을 낀다면 휴가를 20일정도만 사용하고서도 까미노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내 황금같은 휴가를 까미노에만 쏟아붓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계속 주저하고 있었는데 까미노를 완주를 하지 않더라도 일부 경로만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이번에 친구랑 같이 가게 됐다.

 

이 친구는 이탈리아 북부출신인데 얘기하다가 우연치않게 이 친구도 전에 까미노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는 것을 알게 됐었다. 그래서 "헐 우리 같이 갈래?" 했다가 진짜 같이 가게 됐다.

 

우리는 드레스덴에서 출발해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서 빌바오에 도착하는 비행기로 끊었고, 우리의 루트는 Camino del Norte. 북쪽길이다. 가파른 산과 언덕 때문에 힘들기로 유명하고, 프랑스길과 포르투갈길에 이어 세번째로 인기 있는 순례길이라고 한다. 내게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던 것은 북쪽 해안가를 따라서 걷게 된다는 점과 산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곳이라는 점이었다. 

 

까미노 일주일 루트 (북쪽길) 출처: 구글맵

우리는 빌바오에서 시작해서 산탄데르까지만 걷기로 했다. 많이들 시작하는 프랑스 생장은 지도에서 노란색으로 표시해뒀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 이룬 (Irun)에서 까미노 데 콤포스텔라까지 는 총 거리가 835km에 이른다. 우리는 그 중에서 104km에 해당하는 Bilbao-Santander만 일주일 (혹은 5일)안에 커버할 예정이다.

 

빌바오와 산탄데르 둘다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들이기도 했고, 워낙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던 터라 정말 정말 기대가 된다! 빌바오에서 Pilgrim passport (순례자 여권, 크레덴시알)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리고 드레스덴에서 가는 비행기 가격이 싸서 (187유로였나..?) 빌바오를 시작점으로 정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 한 결정인 것 같다.

 

다음 편에서는 Buen Camino 앱에 대해서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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