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저 블로그를 오래 했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 이것 저것 learning-by-doing (하면서 배우는 것)으로 배운 여러가지 스킬들만 중구난방으로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졸업 후 처음으로 취업한 회사에서 컨텐츠 마케터로 일하게 되면서 디지털 마케팅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Social media management (SNS 관리)를 비롯해서 컨텐츠를 만들고, 회사 뉴스에 대해서 기사를 작성하고, 회사 홈페이지를 재정비하고, 트래픽이나 키워드 분석같은 것들을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게 됐다. 내 보스는 경영학을 공부한 적이 없지만, 우리 회사에서 student assistant로 시작하면서 우리 회사의 모든 마케팅을 총괄하게 된 사람이었다. 될 놈은 된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해준 사람이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0에서 시작해서 지금 우리 회사의 마케팅을 모두 하나씩 일궈놨다는 것이 매번 나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내 보스와 같이 일하면서 배우는 점이 참 많았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숫자를 분석하는 일들이 많은데, 내 보스는 그냥 무의미해 보이는 데이터들 속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해서 통찰력을 끄집어내야하는 것에 재주가 있다. 하지만 숫자로, 분석으로 예측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서, 광고를 집행할 때 single image 캠페인을 할 지 video 캠페인을 할 지 정하는 것은 그냥 테스트를 해보면 된다. 한 일주일 정도 광고를 돌려보고 Impression이나 (광고 목표에 따라) performance가 잘 나오는 것을 선택해서 쓰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해결할 수는 없다. 이미지 하나를 만들더라도 문구를 어떻게 쓸 지, 문구의 크기는 어떻게 할 지, 이미지를 이걸로 넣을 지 저걸로 넣을 지 등 정말 사소한 것들 하나까지도 캠페인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된다. 그런데 이 모든 걸 테스트로 하려면 정작 내가 원하는 광고를 집행하려면 몇달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디지털 마케터에게 필요한 자세는 "완벽하지 않으려는 자세"이다. 사람들은 모두 입맛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다 만족시키는 캠페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꼭 예외인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광고가 100명중 100명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 연연하지 않아야한다. 내 광고가 이전에는 100명중 50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이번에 하는 광고는 100명 중 60명의 마음을 사로잡게 하면 되는 것이다.
빅데이터 덕분에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나 target audience를 찾는 것이 예전에 비해 훨씬 쉬워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부분들은 존재한다. 이런 부분들은 test를 통해 optimize하는 것이 디지털마케터의 역할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광고를 집행했는데 성과가 좋지 않다? "아, 이런 건 내 audience에게 별로 통하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다른 걸 시도해보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예지력을 가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읽어야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내 audience의 선호도를 조금씩 조금씩 파악해 나가다 보면 그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디지털 마케팅의 묘미는 이렇게 optimize하는 과정에 있지 않나 싶다.
'디지털마케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약 마케팅]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 꾸미기 (skill quiz) (0) | 2021.01.22 |
---|---|
[제약 마케팅 용어] SEM, SEA, SEO (1) | 2021.01.10 |
[제약 마케팅 용어] B2B, B2C, B2G, C2C (0) | 2021.01.10 |
[제약 마케팅] 제약사들은 어디에 돈을 많이 쓸까? R&D? 마케팅? (0) | 2021.01.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