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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언니가 들려주는 대학원 이야기

독일 대학원 졸업 후, 독일과 한국에서의 연봉 차이?

by Layla 레일라 2020. 9. 15.

(나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싫어하는 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탈조선"을 꿈꾼다.

한국이 살기 각박해서, 한국의 직장문화에 신물이 나서, 한국의 뭐가 어떻고 뭐가 어때서 등등..

 

나도 사실은 비슷한 이유로 독일에 오긴 했다. 영국에서 돌아온 후 한국에서 잠깐 일했던 직장이 나름 학사 졸업자에게 돈을 많이 주는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곳의 직장문화가 너무 싫었다. 물론 직장문화도 직장나름, 문화나름, 사람나름이긴 하겠지만서도 부조리가 버젓이 존재하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삼지 않는 것이 너무 싫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아서 어딜 가나 직장 스트레스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독일은 한국보다 이러한 부조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잘 되어있다고 느꼈다. 이건 내가 독일에서 회사생활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독일에서 일해 본 세 랩 모두 한국의 랩들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점들이 많았다.

 

하지만 연봉은 어떨까?

 

나는 졸업 후에 내가 석사 졸업논문을 쓴 랩에서 research assistant로 일하기로 했다. 서류상의 문제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scientist라는 타이틀로 일을 하게 될 테지만, 결론적으로는 research assistant의 연봉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세전 연봉을 계산해보면 와 독일 오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

 

세금에 대해 별로 감이 없었던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어차피 세금은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그런데 이렇게 제대로 직장을 잡고나서 보니 세전 연봉과 세후 연봉의 차이가 너무 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저게 다 내 돈이었더라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같은 타이틀로 비슷한 규모의 직장에서 일하게 된다는 가정하에 독일에서의 세전 연봉은 한국에서의 세전 연봉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그런데 이것만 보고 "탈조선"을 꿈꾸면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독일은 세금을 많이 내기로 엄청 유명한 나라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20대의 싱글에게 걷는 세금이 어마무시하다. 흔히 "싱글세"라고 부르는 세금인데,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의 싱글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는 독일인 커플은 최근 혼인 신고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예식은 1년 후로 미뤄야했지만), 여자애에게 결혼을 결심한 계기가 뭐냐고 물었을 때 0.1초의 주저함도 없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옛날에 비정상회담에 나왔던 독일 대표 다니엘은 독일의 싱글세가 거의 연봉의 50%에 이른다고 했는데,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 건지 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내 경우는 연봉의 1/3이 세금으로 나간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 손에 떨어지는 take-home을 비교해보면 한국에 비해 독일에서 받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하려고 하면 돈을 모아야 하는데, 독일에서는 돈을 아끼려고 결혼을 한다. 참 아이러니해보이기는 해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나름 해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미래에 독일에서 가정을 꾸리고 평생 살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내는 세금이 노후대비 적금이라고 생각해서 아깝지 않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아직 독일에 눌러 살을지 말지 고민중인 나로써는 아깝지 않을 수 없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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