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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언니가 들려주는 대학원 이야기

과학에 큰 뜻이 있지 않은데 대학원을 가도 되는 걸까?

by Layla 레일라 2020. 9. 11.

다른 전공에서도 비슷한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항상 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학계에 남으려는 사람들에 비해 다소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꽤 여러차례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연구실에 있다가 회사에 취업을 하는 것을 영어로는 "Going to industry"라고 한다. 말 그대로 산업체로 간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이 다소 덜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독일에서도 going to industry is not a shame (산업체로 가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닙니다) 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현상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일리가 있는 것이, 다른 학문이나 전공들과는 다르게 바이오 쪽은 학부때부터 실험실, 즉 academia에 있게 된다. 다른 전공들이 취업을 전제로 하고 있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학문을 파고드는 연구에 관심을 갖는 반면, 바이오 계열 전공들은 연구를 통해 몰랐던 사실을 밝히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에 학부생 시절부터 자의와는 관계 없이 academia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셈인 것이다.

 

석사과정들 역시 다른 전공들은 취업을 전제로 하는 반면 바이오쪽에서는 PhD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바이오 계열 학생들은 이 정해진 career path를 쭉 따라가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종종 느끼고, 정말 안좋은 경우는 그냥 남들이 그렇게 다 하니까 나도 석사, 박사, 포스닥 (박사 후 연구원)까지 해야되는 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이 쪽 분야는 석사, 박사, 포스닥까지 다 해야하는 것일까? 포스닥을 하고 난 다음에는? 교수?

 

그런데 그것이 정말 여러분이 원하는 길인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줄곧 여기서 "저는 어느 정도의 학위를 따서 나름 지성인이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돈도 다른 직업들보다는 많이 벌어서 나름 풍족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마치 죄악처럼 느껴졌다.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순수한 열정과 지식을 탐닉하고자하는 그 욕구로 이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나처럼 저렇게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이유로 이 분야에 발을 내딛은 것이 마치 나 스스로를 그들과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로 만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건대 과학에 원대한 꿈을 품었던 것은 초등학교 때 뿐이었다. 나름 현실을 잘 직시하는 편이었던 것인지, 나는 내각 과학을 좋아하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위대한 과학적 발전을 이뤄낼 만큼 똑똑하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이렇게 학교에 석사, 박사, 포스닥을 포함해 10년 가까이 더 남아서 공부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많은 돈을 가져다 줄 수는 있겠지만 (하지만 이것조차 보장된 것은 아니다) 그냥 연구라는 것 자체가 나에게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대학원을 갔다. 이렇게 다소 "shameful"할 수 있는 이유들을 갖고 있었음에도 나는 대학원을 갔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paying bills, 즉 먹고 살 걱정을 안하고 살 순 없다. 엄청 떵떵거리면서 살 것을 바라지는 않더라도 적당한 집과 차를 얻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 수 있는 능력 정도는 누구나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직 과학에 대한 사랑만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결국에는 다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래서 대학원을 가려는 학생들이 주변인들의 이런 압박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웠으면 한다. 어차피 다 먹고 사는 일인데, 석사만 졸업하고 취업을 할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과학 연구를 위해서 모든 연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실험실에서 다 해내는 경우는 없다. 하다 못해 시약을 구매하는 것만 하더라도 그 시약을 정제하고 판매하는 회사가 있을 것이다. 그걸 자연에서부터 추출해서 스스로 실험실에서 정제해서 연구에 쓰는 실험실은 절.대. 없다. 연구를 가속화 시키기 위해 실험 방법을 간단하고 편리하게 구성해서 3-4시간 걸릴 일을 1시간 만에 끝낼 수 있게 해주는 kit를 개발하는 회사들, 내가 추출해 낸 DNA를 전문적으로 sequencing해주는 회사들 등 과학적 연구는 한 실험실에서만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고 그것들을 도와주는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서 탄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회사들에서는 물론 박사와 포닥들도 있지만 학사와 석사 학위자들 또한 있다. 그래서 바이오 계열을 전공한 후 취업을 한다는 것은 내 손으로 직접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것이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러니 여러분이 취업을 목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라면 여러분의 목적에 대해 숨길 필요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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