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을 졸업하고나서 대학원 진학을 위해 이것 저것 정보를 끌어모으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나는 분자생물학과를 나왔다. 그리 재밌는 공부도 아니었고, 내가 생각 했던 생물학과는 딴판이었던 분자생물학을 전공을 했던 나는 독일 대학원을 알아보면서 많고 많은 학교들의 많고 많은 과들 중 나는 어디를 가야하며 많고 많은 실험실과 교수님들 중 어디를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날지 밤낮으로 고민했다. 하지만 여러 실험실의 생소한 소개글들을 보면서 결국에 관심이 쏠리는 쪽은 내가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는 분야였다.
그렇게 어려워하고 재미없어 했었으면서 "내가 아는 것", "내가 해 본 것"이 주는 안식감과 안도감에 취해 다시 그 쪽으로 진로를 살펴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고작 학부를 졸업한 학생이 당연히 실험실들에서 내건 여러 멋있는 연구들이나 실험 테크닉들을 말로만 들어서는 감도 잘 안오고 내가 이걸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석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그 어느 교수님도 그 어느 포스닥들도 새로 들어온 석사생이 자기 실험실의 테크닉을 알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실험방법과 테크닉들이 있다. 그리고 또 심지어는 똑같은 실험이라고 하더라도 실험실마다 프로토콜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종종 실험을 요리에 빗대곤 하는데, 예를 들어 한식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도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요리들이 포함이 되어있듯이 생물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도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연구주제들이 있다. 그런데 예를들어 김치라는 요리가 있다고 볼 때, 김치를 만드는 원리는 어디를 가도 똑같지만 레시피는 김치를 만드는 사람마다 비슷하기도 하고 완전히 다르기도 하다. 프로토콜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 프로토콜의 이면에 숨겨져있는 원리는 똑같지만 실험실마다 프로토콜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실험실은 새로 들어가면 내가 아는 실험이라고 해도 그 실험실의 프로토콜에 맞춰 다 다시 배우는 것이 정답이다.
그렇기에 이전에 무슨 공부를 했고 무슨 연구를 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아무도 학부생의 연구가 어떤 연구였는지 관심있어하지 않는다. 종종 많은 학생들이 내가 이전에 한 연구를 이어서 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 혹은 분야를 그대로 이어서 할 수 있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물론 이세상에 많은 연구실들이 비슷한 토픽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같은 연구를 하는 연구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필이면 그 연구실이 내가 지원하고자하는 해에 TO가 있어야하고, 하필이면 그 연구실이 TO가 있어도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지원해주기위한 funding도 있어야한다. 그리고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하필이면 내가 그 연구실에 붙을 수 있어야한다. 이러한 모든 우연과 내 손 안에서 해결될 수 없는 다양한 요소들이 여기저기 산재해있기에 확률적으로 내가 하고싶은 연구를, 내가 하고싶은 분야를 할 확률은 굉장히 드물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학부생이든 석사생이든 이전에 무슨 연구를 했는지는 사실 석사생, 박사생을 뽑는 교수님이나 포스닥 입장에서는 궁금한 사항이 아니다. 이러한 극적인 확률을 뚫고 진짜 연구 분야가 겹치는 인재가 들어올 수도 있지만, 이들도 안다. 그럴 확률이 굉장히 희박하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 랩에서 박사생을 뽑을 때에는 항상 이들이 "transferable skill"을 갖고있는지를 유심히 봤다.
예를들어 우리가 공고를 낸 포지션에 딸려있는 프로젝트가 컨포칼을 이용한 이미징과 랑게르한스섬 이식이라는 주된 스킬 두가지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이전에 컨포칼이 아니더라도 다른 현미경을 사용해서 physiology 연구를 해본 경험이 있는지를 본다. 또한 사람의 세포를 쥐에게 이식하는 스킬에 관해서는 물론 해본 사람이 드물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쥐를 다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ok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이전에 했던 연구가 어떤 것인지 아예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얽매일 필요도 전혀 없다. 어차피 뽑는 사람 입장에서도 새로 들어온 학생들은 training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들이 이미 그 실험을 해봤다고 할지라도.
따라서 내가 해봤던 것들이 주는 안도감에 취할 필요가 없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라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석사가 그래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사로 진학하기 전에 이것 저것 다양한 연구에 손을 대보고 발을 담궈보고 아 이곳은 나랑 아니구나 아 이곳은 정말 나랑 잘 맞는구나 하는 것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석사는 그 값어치를 한다고 본다.
학과를 고를 때, 실험실을 고를 때, 연구 주제를 고를 때
꼭 한번씩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 연구가 진짜 내게 재밌어 보이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이 연구를 그나마 알아들어서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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