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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유학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에서 흔하게 본 말이 있다. 바로 "독일은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 즉 케이스에 따라 다 다르다라는 뜻)의 나라"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살면서 참 많이 실감했지만, 내가 비자문제 관련해서 이걸 또 겪게될 줄 몰랐다.
자고로 구직비자 (job seeker's visa, Visum zur Arbeitsplatzsuche)라는 것은 독일 대학교 혹은 대학원을 졸업하면 최대 18개월까지 받을 수 있다. 이 비자가 좋은 이유로는 졸업 후에 외국인 학생들이 숨을 쉴 틈을 준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용을 허용한다라는 점이 정말 좋다. 한번은 독유네에서 내가 이 비자에 관련해서 질문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이 비자 가지고 일하면 안되는거 아시죠?" 라고 해서 식겁한 적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
이 비자는 고용을 허용한다.
즉 이 비자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못믿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증거도 가져왔다.
일단 비자와 함께 주는 종이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도 고용이 허용된다는 이야기가 적혀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할 때 고용주가 비자청으로부터 컨펌메일을 받아서 포워딩해달라고해서 비자청에 이메일을 보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이 왔다.
고용이 허용된다는 점 때문에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 비자에는 한가지 함정이 있다. 바로 재정증명을 해야한다는 것. 그런데 나는 분명히 재정증명을 했었다. 내 학생비자가 10월에 끝나는 바람에 9월에 비자청을 갔어야했는데 (이것도 참 어이가 없었던 것이 졸업이 10월말인데 학생비자를 10월초에 끝나는 걸로 줬었다. 일 여러번 하게 만드는 독일 ^^) 그 때 구직비자 신청을 하면서 재정증명할 것들을 가져갔었다. 당시에 이미 졸업 후에 실험실에서 일하기로 이야기가 되어있어서 계약서가 진행중이었던터라 교수님이 레터를 써주셨다. 얘를 곧 채용하려고 지금 준비중이다. 얼마의 돈을 줄거고 주당 몇시간 언제까지 일할거다 라고 계약서의 주된 내용을 레터에 적어주셨기 때문에 향후 몇달간 나의 재정상태는 나쁠래야 나쁠 수가 없었다. 거기에 플러스로 한국에서 돈을 송금해서 독일 계좌에 넣은 후 잔고증명서까지 뽑아갔다.
그런데 그 때 암트 직원이 내 재정증명 관련 서류는 쳐다보기만 하고 복사를 하지도 원본을 가져가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차피 그 때는 내가 바로 구직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구직비자는 졸업 후에 받을 수 있어서 exmatriculation certificate과 학위증을 가져가야지 받을 수 있다) 임시비자를 줬었다.
임시비자는 내가 이전에 갖고 있던 비자의 효력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학생신분으로 조금 더 오래 있을 수 있었다. 그 후 모든 행정적인 절차를 마무리하고 비자청에서 달라고 한 서류들을 싹다 보냈다. 비자카드를 받으러 오라는 편지가 왔었는데, 받으러 가야하는 날 또다른 편지가 왔길래 봤더니 코로나로 인해서 픽업 예약이 취소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했다.
우편으로 비자카드가 왔다. 청천벽력과 함께.
다시 재정증명을 하라고 했다. 나는 이미 한국에 다시 돈을 다 보내 둔 상황이었고, 주식에 투자를 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돈을 빼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터였다. 그런데 또 연구소에 갖고 있었던 계약서는 7개월짜리여서 이번 5월말에 만료가 되는 상황이었다. 사실 교수님께 말하면 연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지만, 나는 이 일을 더 오랜 기간동안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데 교수님한테 그저 내 비자를 위해서 연장을 해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 파렴치한 것 같아서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당장 재정증명 못하면 이들이 뭔 짓을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최악의 경우 이미 준 비자를 취소해버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발등에 불똥 떨어졌다.
너무 억울했던 것이 원래는 구직비자는 내가 갖고있는 돈에 비례해서 기간을 준다. 내가 돈을 많이 갖고 있지 않으면 18개월을 다 주지 않고 그보다 적게 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비자 기간을 18개월에 가깝게 줘놓고 (그것도 또 웃긴것이 18개월을 통채로 다 주지도 않았다) 그에 해당하는 돈을 보여달라고 하니 순서가 반대로 된 것이었다.
원래 일반적인 케이스에서는이런 문제에 잘 봉착하지 않는데,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걸까 원망스러웠다. 한국에 돈이 잔뜩 있어도 소용이 없다. 독일 계좌에 있는 돈만 인정해준다. 웃긴 것은 나는 한국 카드로 생활하기 때문에 독일 통장에 돈이 많이 있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내 나이 또래 다른 독일인들보다 더 많은 소비생활을 하고 사는데, 내가 여기서 내 생활을 support할 수 없을 거라고 여겨져서 쫓겨난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와서 돌아보니 내가 미리 걱정하면서 스트레스 받았던 것들이 사실은 그닥 큰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결국 취업을 하게 되었고, 당연히 재정증명문제는 싹 사라졌다. 사실 취업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 문제는 크게 날 괴롭히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결국 모든 취업 프로세스가 끝나고 난 후에 암트에서 연락이 왔는데 akzess라는 기관으로 내 케이스가 넘어갔다는 연락이었다. akzess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AKZESS는 비 EU 국가 (제 3 국 국적자)의 외국인 숙련 근로자가 Saxon 노동 시장에 더 빠르게 접근 할 수있는 표준화 된 행정 절차입니다. 작센의 기업들은 최고의 인재를위한 글로벌 경쟁에 있습니다. 동기가있는 근로자는 여기서 빠르게 시작할 수 있어야합니다. 우리는 단 4 주 만에 거주 허가 결정을 내리는 행정 절차를 가속화합니다
단 4주만에 거주 허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속화라는 단어와 같이 쓰인게 너무 웃기긴 하지만, 독일의 입장에선 빠른게 맞긴 하다. 그리고 웰컴센터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는 과학계에 있는 사람들이 독일에서 거주하거나 일할 때 필요한 행정 절차를 돕는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영어를 잘하는 직원들도 많고, 웰컴센터에 가면 비자문제가 척척 해결이 된다고 하는데 카더라이기 때문에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독일에서 공부를 한 후나 부족직군에 해당되는 경우 어느정도 독일정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그냥 외국인 노동자 취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대우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잘 이해한게 맞다면 내가 갖고 있는 이 계약서가 연구목적이기 때문에 연장해서 2년동안 일하면 블루카드 (영주권)를 준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더 연구를 할 생각도, 더욱이 2년동안 일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쿨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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