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살이가 끝나고 한국에 들어갔을 때 친구랑 제일 많이 먹으러 다녔던 음식을 꼽아보라고 하면 1위가 마라탕 2위가 엽떡이 될 것 같다. 매운 맛에 환장을 하는 나는 처음 맛본 마라탕의 맛에 신세계를 향한 눈을 뜨게 됐고, 그 이후로 강남역에 있는 라공방에 문턱이 닳을 정도로 드나들었다. 독일에 올 때에도 "어차피 유럽에는 중국인 거주민이 많고 한식보다는 중식이 더 보편화 되어있으니까 마라탕도 있겠지" 하면서 별 걱정안하고 왔는데 웬걸. 드레스덴에는 없다.
그래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먹어야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중국에서 생산된 마라탕 소스를 아시아마트에서 사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몇번 마라탕을 끓여먹어봤지만 한국에서 먹던 그런 맛은 안나서 뭔가 아쉬웠던 차에 하이디라오 소스로 마라탕을 끓여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름이 난 소스니까 더 맛있지 않을까 하면서 산건데 가격은 싸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잘 기억이 안남)
재료들은 이미 저번에 마라탕을 끓여먹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건두부와 저 하얀색 특이한 버섯, 납작당면 등은 구비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잡채할라고 샀던 한국식 당면도 같이 불려줬다. 물에 불릴 때 찬물로 불리라는 사람들 있는데, 저번 찜닭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그런거 어느세월에 찬물에불리냐 배고파죽겠다 하는 주의이기때문에 수돗물 뜨거운걸로 틀어서 불렸다. 우리 기숙사 뜨거운물은 좀 장난없이 뜨겁기때문에 손 대고 있으면 데일 정도의 뜨거움임.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거 불릴 땐 좋다.
버섯은 굉장히 금방 불고, 건두부는 그것보다는 시간이 좀 걸린다. 당면도 꽤 빨리 불지만 납작당면은 뜨거운 물에서 팔팔 끓이면 그제서야 제대로 분다. 이 외에도 팽이버섯이랑 송이버섯, 그리고 청경채도 넣었다. 그리고 국물 베이스로 쓴 건 저번에 끓이고 남았던 사골국물.
뽀오얀 국물에다가 하이디라오 소스를 집어넣고 팔팔 끓인 후에 재료를 투하해주면 된다. 엄청 쉽다!
이거 솔직히 너무 과대포장인 것 같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고작 저 소스 하나 파는데 왜 겉봉이 필요하고 왜 플라스틱 tray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래 터질 수 있으니까 겉봉은 그렇다 쳐도 저 플라스틱은 진짜 그냥 무쓸모. 오늘도 이렇게 지구는 병들어갑니다.
재료를 너무 많이 넣어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 그리고 아시아마트에서 사온 면도 같이 넣었는데 옛날에 라공방에서 먹었던 옥수수면이 그립다. 이 아시아마트에서 사온 면은 관자면?같은건데 면에 뭔가 살짝 간이 되어있어서 짭쪼름한 맛이 난다.
청경채는 마지막에 불을 끄고 나서 넣는 것이 좋다. 안그러면 흐물흐물해져서 죽같이 되고 식감이 많이 떨어지기때문이다. 그냥 마지막에 넣고 이미 뜨거운 국물의 김으로 익히는 것이 안전하다.
아무튼 별로 맛있어보이게 찍히진 않은 것 같지만 맛은 있었다. 근데 전에 샀던 소스랑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 여기에는 통후추가 어마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가있어서 정말 후추 골라내다가 30년 늙을뻔했다. 매운거 잘 먹는 멕시칸 친구를 초대해서 같이 먹었는데 이 친구는 청경채를 매우 싫어하게 되었고, 우리 둘다 이날 저녁내내 화장실을 왔다갔다해야했을정도로 더럽게 매웠다. 먹을때는 씁씁거릴정도의 매운맛은 아닌데 다 먹고나서 배가 매워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고기를 안넣어서그런지 한국에서 먹었던 마라탕과는 사뭇 다른 맛이 났다. 그리고 사골국물은 별로 특별한 맛이 안났다. 아무래도 마라탕 소스가 어마어마하게 강해서 그 맛을 다 묻어버린 것 같다. 아 그리고 마라탕 소스는 겁나게 맵고 찐한데 짭쪼름한 맛이 없다면 소금대신에 다시다를 넣는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뭔가 우리 정서에 맞는 라면스러운 감칠맛이 잘 올라오기 때문!
간혹가다 한번 해먹기는 좋겠지만 매일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은 마라탕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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