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해서 인천으로 가는 에어차이나와 인천에서 출발해서 프랑크푸르트로 오는 에어차이나를 이용했는데, 한국으로 들어갈때는 경유시간이 2시간으로 짧아서 바로 짐검사를 하고 게이트로 갔었다. 그런데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올 때에는 한국에서 오후 3시에 출발해서 북경에 오후 4시에 도착하는 비행기였고, 북경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는 그 다음날 새벽 2시에 있었다. 한국에서 아침부터 공항에 가느라 힘들텐데 하루를 꼬박 밖에서 버틴다음에 9시간짜리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도 조금 걱정이긴 했지만, 나를 무엇보다 걱정하게 만들었던 건 샤워였다. 하루종일 그 찝찝한 상태로 어떻게 있는단 말인가! 그리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서 몸을 좀 풀어줘야 피로가 덜하기때문에 나는 방은 없더라도 샤워는 할 수 있기만을 바랬다.
에어차이나는 환승고객들에게 무료로 라운지나 호텔을 제공하는데, 나는 호텔을 선택하진 않았다. 호텔까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고 하는것들이 수고스러울 것 같았고, 또 막상 가봐야 잠도 별로 못잘 것 같아서 그냥 라운지에 있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라운지도 샤워시설이 있기때문에 내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충분했다.
북경 공항에 도착하면 면세구역을 지나고나서 여러 게이트들이 있는 곳을 마주하게 되는데, 여기는 참 재미가 없는 공간이다. 음식점이라고 해봐야 몇개 되지도 않고, 심지어 음식이 정말 끔찍할 정도로 맛이 없었다. 국물요리에 상추를 넣다니.. 그 흐물흐물해져버린 상추의 비주얼이 준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무튼 Transit lounge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못알아들으니 "hourly hotel"이라고 말해도 된다. 여기에는 에어차이나 business lounge랑 first class lounge가 있기때문에 그곳들이랑 혼동하지 말을 것. 우리가 갈 무료 라운지는 E10게이트 앞에 있다.
그 곳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이런 곳이 나온다.
나름의 리셉션인데, 여기에 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호텔도 있는 것 같았다. 돈을 내고 있기에는 시설이 좀 열악해보였지만 무료로 사용하기에는 이정도도 정말 감지덕지. 리셉션에다가 여권이랑 보딩패스를 주면 복사를 하고 오른쪽에 가서 쉬면 된다고 한다.
오른쪽으로 쭉 들어가보면 이런 장소가 나온다.
약간의 음료수와 다과가 준비되어있고, 커피를 내려서 마실수도 있다. 꽁짜라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너무 좋은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내가 경유했던 날은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비가 많이 왔었는데, 덕분에 기온이 확 내려가서 정말 추웠다. 그런데 게이트 근처에는 어디선가 바람이 들어오는건지 정말 목이 따가울정도로 공기가 차가웠는데 이곳으로 올라오니 그 찬바람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에는 쇼파가 잔뜩 있어서 앉아있을 수는 있었는데 별로 편해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가 처음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한명인가밖에 없어서 진짜 이게 다인가? 싶었는데 나중에는 사람들이 차차 들어와서 꽉 차기 시작했다. 근데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 공간은 잠을 자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빛도 너무 밝은데다가 의자도 누울 수 있는 의자가 아니라 그냥 쇼파라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 다들 허리나 목을 꺾어가며 부자연스럽게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이 라운지 옆에 어떤 발이 드리워진 공간이 옆에 있길래 슬쩍 봤더니 수면실이 있었다.
사진이 어두워서 잘 안보이지만, 저 쓰레기는 내가 먹은 것은 아니고 전에 있던 사람들이 먹은거다. 근데 이렇게 안마의자같이 생긴 쇼파들이 6개가 줄지어있는데 여기에 사람들이 누워서 자고 있었다.
원래는 이렇게 그냥 쇼파처럼 생겼지만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저 쇼파가 뒤로 넘어가면서 침대처럼 펴진다. 그리고 정말 무료치고는 너무나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편하다. 내가 갔을 때 딱 한자리가 남아있었다. Lucky me! 그리고 이 라운지를 예약할때는 4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문구가 나온다. 그래서 나는 2시에 탑승이었는데 8시에 라운지에 들어간거라 12시에 나와서 두시간은 밖에서 떠돌아다닐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4시간이 지나도 나가지 않고 쿨쿨 자는 것도 그렇고, 애초에 들어올 때 그런 안내를 해주지도 않은데다가 리셉션에서 내가 들어온 시간을 적거나 표시를 하지도 않았던 게 기억이 나서 나도 그냥 탑승전까지 계속 있었다.
그리고 나올 때에도 리셉션에서는 사실 아는척도 하지 않는다. 이건 밤이라 그런 것이었을 수도 있으니 그냥 참고만 하길 바란다.
아무튼 내가 가장 기다리고 기대하던 샤워실은 이 라운지의 호텔?쪽에 있다. 사실 호텔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시럽지만, 샤워실의 상태가 굉장히 좋았다. 들어가면 변기와 샤워부스, 세면대가 있고 항상 깨끗한 수건이 준비되어있었다. 하우스키핑에서 이 샤워실 관리도 해주는 것같았다.
샤워실에 캐리어를 끌고 들어갈 수 있을만큼 자리도 엄청나게 넉넉하고, 또 샤워실 안에 샴푸랑 바디워시도 준비되어있었다. 그리고 나는 수건에서 냄새가 날까봐 걱정을 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냄새는 1도 나지 않았다. 헤어드라이기도 있으니 정말 무료치고 너무나 좋았던 샤워실.
샤워를 끝내고 과자랑 음료수를 먹었다.
뭐 빼어나게 맛있는건 아니지만, 허기를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베이징 공항은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에 비해서 굉장히 깔끔했다.
하지만 에어차이나 베이징출발 프랑크푸르트행은 정말 최악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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