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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정보/독일 사는 이야기

독일 사는 이야기 1) 유학생이 된다는 것

by Layla 레일라 2019. 11. 6.

 

 

나는 어렸을 적부터 유학을 한 번도 꿈꿔본 적이 없었다.

유학은 부잣집 딸내미들이나 갈 수 있는 것이었고, 우리집은 부잣집이 아니었다.

유학은 영어를 잘해야 갈 수 있는 것이었고, 나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

아마 이 두가지 이유 때문에 나는 유학의 이응자도 꿈꿔본 적이 없었고, 주변에 유학을 가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이 되고나서부터였다. 초등학교 중학교와는 다르게 내 고등학교는 나름 내가 사는 지역에서 부자집 애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였다. 이 학교를 간 이유는 우리집에 돈이 많아서도, 내가 공부를 잘해서도 아니고 순전히 우리집이 때마침 이사를 결심했고, 아빠가 네가 가고싶은 학교쪽으로 이사를 가주마 해줘서 당시 내가 중학교에서 가장 좋아했던 선생님이 그 학교를 나오셨다길래 오직 그 이유로 선택을 했었던 것이었다. 부모들이 다 변호사, 의사, 대학교수고, 삼성 등 대기업 고위간부로 일하는 집안 출신인 아이들이 있는 학교였다. 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축에 속하지도 않았던 애가 유학을 갔던 걸 봤던게 아마 내 주변에서 처음 유학을 간 걸 본 케이스가 아니었나 싶다. 그 전까지는 정말 완전히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주변에서도 실제로 가는구나... 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또 나랑 별로 친하지 않았던 여자애가 비자 인터뷰를 간다길래 나는 TV 에 나오는 인터뷰인줄 알고 어느 티비에 나오냐고 물었다가 비웃음을 샀던 적도 있었다. (결국 그래놓고 인터뷰가 뭔지 안알려줬다 나쁜것.)

 

그랬던 내가 유학을 가게 된 것은 나 스스로에게도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영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적이 있지만, 이건 뭔갈 배우러 간 것임은 맞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학"이라는 단어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보통 유학이라함은 외국에서 초중고등학교 교육을 받거나 대학교/대학원에서 학위를 따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대학원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쌩뚱맞게 독일에서 대학원이라니? 나 또한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내가 바꿀 수 없는, 내가 노력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내 국적으로, 내 인종으로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있고, 예전처럼 유학 후에 현지에서 직업을 구하는게 쉽지도 않다. 점점 더 유학생이 많아짐에 따라서 유학 후에 한국으로 돌아온다고해도 취업이 보장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또 유학에 한 두푼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고생과 많은 돈이 들어간다.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는데도 유학을 결정한 것은 나 자신이고, 내 선택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 할 수도, 결정을 돌이킬 수도 없다.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 중 하나는 향수병이었다. '병'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확실히 나는 한국을 많이 그리워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뭐라고 떠드는지 알아들을 수 있는 그 곳, 내가 어릴적 부터 먹어온 음식들이 있는 곳,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내 유학의 첫 해는 보이는 것에 비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공부 자체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에 이러한 향수'스트레스'까지 더해져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전혀 만족하지 않았다. 하루 빨리 이 석사과정을 끝내고 어디론가 가고싶었다. 그게 한국이든 영국이든 미국이든 캐나다든.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어느정도 적응이 되긴 하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정이 안간다고 생각되는 나라이지만, 그래도 요즘은 졸업 후에 1년정도 work experience를 가지기 위해 비자를 연장할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미운 정이 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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