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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정보/독일 사는 이야기

독일 사는 이야기 2) 숲에서 버섯 따기

by Layla 레일라 2019. 12. 28.

 

 

스코틀랜드에 있었을 때 같이 일했던 폴란드인 여자애가 있었는데 가을이되면 폴란드에서는 숲으로 버섯을 따러 간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와 신기하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작년에 랩로테이션을 했던 실험실의 슈퍼바이저도 폴리쉬 여자애였는데 걔도 똑같은 소리를 했었다. 이맘때쯤에는 팔에 바구니를 끼고 숲속으로 가서 버섯을 따온다고... 그래서 나는 그게 폴리쉬 문화인 줄 알았다. 근데 독일에서도 사람들이 mushroom hunting을 하러 간다고 하더라. 나는 이런 색다른 걸 경험해보는 걸 워낙 좋아하는 편인데, 내 남자친구는 일단 버섯을 엄청 싫어하고 뭔가 이렇게 손 발 더러워지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물어볼 엄두도 내지 않았었다. 근데 하루는 내가 숲속에 산책하러 가자고하니까 "어 그러고보니 지금 머쉬룸 헌팅 시즌인데 같이 버섯따러갈래?" 하는거다.

 

그래서 가게됐다. 머쉬룸 헌팅.

 

Dresden의 북부에 보면 Dresden Heider라는 숲같은 공원, 혹은 공원같은 숲이 있다. 여태 드레스덴 살면서 이곳을 몰랐다니. 가을 날 산책하기 너무 좋은 커다란 숲이었다.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멋있는 숲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다니!

 

우리는 전문 버섯사냥꾼이 아닌지라 그냥 칼 한자루와 락앤락 통 하나를 가지고 숲으로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버섯을 발견했다.

꽤 크고 실한 아이였는데 떡하니 사람다니는 길 바로 앞에 있는걸로 보아 왠지 독버섯이라서 아무도 안딴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먹으려고 채집하는게 아니라 그냥 경험삼아 채집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일단 종류를 몰라도 그냥 채집했다. 

워낙 나무들이 크고 오래된 것들이 많아서 낙엽이 정말 많았다. 그 낙엽사이들을 잘 살펴보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버섯들이 있다.

이렇게 작은 아이도 있고

제법 갓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위의 사진에 있는 애는 왠지 독버섯같이 생겼던걸로 기억한다. 갓에 삐죽삐죽 가시가 돋아나있는데 생긴 것부터가 무섭게 생겼다. 정말 놀라웠던 사실은 버섯종류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았다는 것이다. 흔히 서양 동화에 나오곤 하는 빨간색 바탕의 하얀색 점박이가 있는 버섯도 실제로 봤다. 남자친구 말로는 여기서는 꽤 흔한 버섯이라는데 한국에서는 한번도 못봤던 버섯이어서 너무 신기했다.

 

독일사람들도 가을에 버섯채집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바와는 달리 화려한 버섯이라고 다 독버섯인게 아니고 하얀 버섯이라고 다 식용버섯인게 아니라고 한다. 의외로 하얀 버섯 중에 독버섯이 엄청 많고 식용버섯과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는데 아주 자그마한 차이로만 구분할 수 있는 독버섯들도 많았다. 우리는 버섯찾기 어플까지 활용해가면서 열심히 버섯을 찾았지만 먹지는 않았다. 진짜 독버섯은 아주 미량으로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괜히 먹었다가 저세상 가고싶지는 않았다.

 

아무튼 색다른 경험이었다. 좀더 생생한 후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영상을 참고하시길!

 

https://youtu.be/5ISc9nP8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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