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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내가 독일에 있는 동안 시작됐다. 석사 마지막학기에는 졸업논문을 쓰기 때문에 강의가 하나도 없고, 오직 22주동안 졸업논문프로젝트에만 매달리게 되는데, 코로나가 터졌다. 정말 누군가 농락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타이밍이 딱 맞았던 것이, 내가 논문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날이 월요일이라고 했을 때, 그 전 주 금요일에 우리 연구소는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전체 셧다운에 들어갔다.
아무도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일사천리로 일이 척척 진행이 되더니 수십개의 전체메일 끝에는 우리 연구소는 오늘부로 셧다운을 하니 재택근무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챙겨서 집으로 가라 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황당하게도 시작조차 하지 않았던 졸업논문프로젝트가 중단되어야 했다.
처음에는 제 때 졸업을 못할까봐 엄청 불안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코로나는 내 졸업을 연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그랬듯 나에게도 다양한 면에서 예상치못한 불운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오늘은 코로나가 안겨준 예상치 못한 기회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생전 그렇게 마음편히 시간이 많았던 적은 아마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많은 시간을 어디에 써야할까 고민을 하며 유튜브를 기웃거리던 나는 "N잡하는 허대리"라는 채널을 알게 되었고, 내가 갖고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돈을 주고 파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됐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해서 PDF를 만들어서 온라인으로 전자책을 파는 것인데, 평소에 시간이 많이 없었을 때면 '나중에 시간 날 때 해봐야지'하고 넘겼을 이 영상이 이 때는 왠지 '지금 시간도 많으니까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래서 코로나 락다운기간동안 전자책을 썼다. 생각보다 엄청 오래걸리지는 않았다. 이미 블로그에 올려뒀던 글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 편집하고 이어붙여서 114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만들어냈다. 이 모든 과정과 더불어 직접 이 책을 판매하면서 다달이 부수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냥 잠자는 시간에도 조금씩 들어오는 푼돈을 버는 재미를 보고 그칠 줄 알았던 이것은 나를 "취업 잘되는 과가 아닌 과를 전공한 사람"이 아닌, "생물학 배경을 갖고있으면서,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처음에는 이 모든 활동들이 한국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독일에서 영어를 쓰는 회사들이 관심이나 가질까? 하는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better than nothing 아니겠냐! 하는 생각으로 이력서에 넣기로 했다.
그렇게 난 코로나 덕분에 이력서에 경력이 한 줄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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