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1 코로나 확진 후 병이 악화됐다 후각을 잃고나서는 병세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코에서 시작되었던 감염증이 점점 하기도로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목이 따가운 증상은 첫날부터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코나 목에 관련된 증상들보다는 기침이 압도적으로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예사스러운 기침은 아니었다. 코로나에 걸리고도 모르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예사로운 기침은 아니었다. 분명 호흡기에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겼구나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폐가 들썩들썩 거리게, 갈비뼈가 들썩들썩 거릴 정도로 심하게 기침을 했다. 문제는 가래가 별로 없는 마른 기침이었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기침을 하고나면 목이며 가슴이며 할 것 없이 다 아팠고, 너무 기침을 심하게 한 탓에 갈비뼈나 등쪽의 근육마저 아팠다. 그리고 잠이 무척 많아졌다. 그냥 컨디션.. 2020. 10. 31. 하루 아침에 장애를 갖게 되다 처음 코로나에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했을 즈음에는 나는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언론에 보도되는 것 만큼 코로나 증상들이 감기에 비해서 심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것을 블로그에 적는 것에 있어서 별 거리낌이 없었다.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티스토리 링크들은 며칠 후 다 비공개로 돌렸다. 3일차였나 4일차였나 점점 냄새를 맡는게 힘들어졌었는데, 이쯤부터는 아예 냄새가 맡아지질 않았다. 이 얘길 하면 감기에 걸려서 코가 막혔을 때는 당연히 냄새를 못맡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감기에 걸렸을 때의 코막힘과는 전혀 다르다. 일단 첫째로 코로나로 인해서 나는 코가 막혀본 적은 없었다. 보통 감기에 걸리면 처음에 맑은 콧물이 나오다가 점점 나아가면서 노란색의 점성이 .. 2020. 10. 30. 코로나 시대에 정신과가 바쁜 이유 3일차 (20일 화요일) 그렇게 폭풍같은 저녁이 지나고나서 엄마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잔뜩 담긴 통화를 마치고나서 한숨을 돌렸을 즈음에는 크리스와 나는 이미 격리를 시작한 상태였다. 나는 침실에 머물기로 하고 크리스는 거실에 있기로 했다. 같이 쓸 수 밖에 없는 화장실과 부엌은 공간적 분리가 불가능하기때문에 시간적 분리를 하기로 했다. 나는 방 밖에 나갈 때면 항상 장갑과 마스크를 꼈고, 화장실은 한 사람이 쓴 다음에 바로 다음사람이 쓰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해도 바이러스가 파고들 틈은 분명히 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또 크리스가 여태 나랑 같이 지내면서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얘는 그냥 이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2020. 10. 21. 행정후진국 방역후진국 독일 3일차 (20일 화요일) 정말 놀랍게도 병원 직원은 You are positive라고 말한 후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황한 내가 "So? what now? what should I do?" (그래서요? 저는 그럼 지금 뭘해야되는거죠?)라고 물었더니 Nothing, nothing, nothing 이라고 nothing을 세번이나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란다. 내 하우스아츠트 (가정의)가 곧 전화를 줄터이니 그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란다. 그렇게 전화는 끝이 났다. 내가 더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내가 증상이 악화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내가 정말 positive가 맞는지, 내가 누구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하고 뭘 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 등 그 어떤 것 하나도!!! 알려주지 않고 그렇게 전화는 끝.. 2020. 10. 21. 독일에서 코로나 확진을 받다 2일차 (19일 월요일) 병원을 나섰는데 추웠다. 의사선생님이 주신 일 못나갈 때 회사에 내는 소견서(?)와 처방전을 들고 크리스에게 연락을 했다. 병원이 지금 사는 집에서는 꽤 멀어서 트램이나 버스를 탈까도 생각했는데 정말 만에 하나 양성인 경우를 대비해서 그냥 크리스 차를 타기로 했다. 크리스는 미팅이 있어서 나를 태워다 주고 바로 집에 갔는데 두번째 미팅 하기 전에 나를 픽업하러 올 시간이 된다고해서 장소를 찍어주고 나는 약국에 갔다. 약국에서 약을 받아서 나오고 크리스 차를 타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도 나는 낮잠을 잤던 것 같다. 낮잠을 자고나면 유독 아팠는데, 괜히 아프고 신경질이 나서 크리스한테 짜증을 많이 부렸다. 이때까지만해도 기침은 많이 나오지 않았고 콧물이랑 두통이 대부분이었다. 그리.. 2020. 10. 21. 독일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다 뭐 이런 걸 경사라고 블로그 글을 쓰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하루 이틀 지나다보니 기억이 희미해져서 그래도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1일차 (18일 일요일) 증상 발현 일단 증상이 시작된 건 18일 오전이었다. 17일 저녁에 크리스랑 싸우고 화가 나서 거실에서 잤는데, 거실이 상대적으로 침실보다 추워서 자면서도 추웠던 기억이 좀 있었다. 자고 일어나서 맑은 콧물이 미친듯이 쏟아지고 코랑 목이 따끔따끔해서 아 감기 제대로 걸렸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오전내내 수업을 하면서도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이때까지만해도 열이나 기침은 없었다. 10시반?쯤 되고나서 상태가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온몸이 피곤하고 늘어지는데 이 전날 쇼파에서 잠을 잤던 터라 몸이 뻐근했고, 잠 자체를 잘 못자서 피곤한거겠거니 했다. 크.. 2020. 10. 21. 독일에서 내돈내산으로 스케일링 받은 후기 1탄 진짜 우리나라만큼 의료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K-의료 만세 만세 만만세... 독일에서 학생들은 공보험에 가입해야하는데, TK랑 AOK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더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냥 TK 직원들이 영어를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TK로 선택했었는데, 나중에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바로는 TK에서는 연간 2회 치과 정기검진이 무료라고 했다. 언어가 안되기 때문에 일단 병원 가는게 부담스러울 뿐더러 유럽에서의 의료서비스가 한국만큼 섬세하고 친절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에 가는 것이 꺼려졌긴 하지만 역시 공짜 앞에는 장사 없다. 작년 여름방학 때 독일 온지 거의 1년 정도 된 다음에 한국엘 한번 다녀왔는데 그 때 스케일링 받은 이후로 여태 안받고 있었고... 이번 여름에 .. 2020. 9. 28. 영문 자소서에 CRISPR CAS9을 이용해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쓰면 떨어지는 이유 대학원 지원을 할 때 많은 이들을 힘들게하는 것이 바로 영문 자소서다. 취업을 할 때에 쓰는 자소서에 비해 더 어렵다 덜 어렵다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특히나 이공계쪽, 연구쪽에서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작성하는 영문자소서는 여기에 내가 얼마나 화려한 경력을 갖고있고 얼마나 특출난 인재인지를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나의 실질적인 학문적 소양이 어느정도 되는지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꿈은 알츠하이머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저는 CRISPR CAS9을 사용해서 코로나 백신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와 같은 내용들은 곧 광탈하는 자소서가 된다. 물론 두번째 문장은 첫번째에 비해서는 낫긴 낫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내는 motivation letter의 상당수가 가족중의.. 2020. 9. 27. 경험과 경력이 주는 달콤한 유혹 : 연구 주제를 정하는 방법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나서 대학원 진학을 위해 이것 저것 정보를 끌어모으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나는 분자생물학과를 나왔다. 그리 재밌는 공부도 아니었고, 내가 생각 했던 생물학과는 딴판이었던 분자생물학을 전공을 했던 나는 독일 대학원을 알아보면서 많고 많은 학교들의 많고 많은 과들 중 나는 어디를 가야하며 많고 많은 실험실과 교수님들 중 어디를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날지 밤낮으로 고민했다. 하지만 여러 실험실의 생소한 소개글들을 보면서 결국에 관심이 쏠리는 쪽은 내가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는 분야였다. 그렇게 어려워하고 재미없어 했었으면서 "내가 아는 것", "내가 해 본 것"이 주는 안식감과 안도감에 취해 다시 그 쪽으로 진로를 살펴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고작 학부를 졸업한 학생이 당연히 실.. 2020. 9. 26. 독일 디퓨저 향초 추천 : ipuro classic 내돈내산이라고 쓰고 싶었지만 양심상 그러진 못했다. 선물받은거라서 으히히 Depot (리빙,홈 용품 파는 곳)에 우연히 들렀다가 디퓨저 냄새 킁킁 맡고 너무 좋았는데 남자친구가 싫어할까봐 사지 않고 보류해뒀던 디퓨저가 있었다 하나같이 24.99유로로 비싸진 않았지만 결코 싸지도 않은 가격이었는데 병이며 포장이며 싸구려같은 느낌은 안드는 애들이라서, 그리고 무엇보다 향에 정말 진심인 것 같은 디퓨저라서 마음에 들었었다. 결국 그 다음날 남자친구랑 같이 가서 냄새맡아보고 둘다 동의한 향으로 남자친구가 선물해줬당 히히 나는 영국에 있었을 때부터 조말론의 oud향에 정말 깊히 꽂혔었는데 베르가못엔 오우드도 좋고 그냥 오우드도 좋았다 그런데 오우드는 일단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도 하고 뭐랑 섞었느냐에 따라서 품위있.. 2020. 9. 26. 독일에서 학생비자 + 임시비자 받은 후기 2탄 독일 비자청에 대한 두려움과 구직비자를 위해서 재정증명을 해야하는데 이걸 얼마까지 준비해야되는지도 모르고 한국에서 얼마를 또 송금을 해서 보내야하나 하는 오만 걱정들 때문에 나는 테어민이라도 넉넉하게 일찍일찍 잡자 하는 마음에 비자가 만료되기 3개월전인 7월에 비자청에 이메일을 보내서 테어민을 신청했다. 그냥 간단하게 내가 이 테어민을 원하는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 입력하면 나중에 메일로 몇월 몇일 몇시에 어디로 오라. 라는 내용과 함께 가지고 와야할 서류들에 대해서 알려준다. 구직비자를 위해 내가 드레스덴 외국인청에서 필요했던 서류는 아래와 같다. Bringen Sie bitte die nachfolgend aufgeführten Unterlagen zur nächsten Vorsprache mit u.. 2020. 9. 25. 독일에서 학생비자 + 임시비자 받은 후기 1탄 내가 학생비자를 받았던 것은 2018년 12월이었다. 한국 국적의 사람들은 독일에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고, 학생비자의 경우 독일에 입국한 후 테어민 (appointment)을 잡아서 받으면 된다고 하길래 나도 무비자로 입국했다. 비자 테어민은 온라인으로 혼자 알아서 잡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학교의 international office에서 학생들 비자 문제도 알아서 해결을 해주더라... 나만 모르고 혼자 생고생을 했다. 그리고 우리 학교 study coordinator가 비자청에 가기 전에 가져가는 서류들을 체크해주기도한다. 근데 나는 학기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랩에서 일을 시작했어야했는데, 그 랩은 하필이면 guest list를 작성해야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실험실에서 일하고, 만에 하나 사.. 2020. 9. 24. 영어를 잘해도 영어 논문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이 세상에 하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차고넘쳐서 감히 "난 영어 잘합니다"라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나는 IELTS 시험을 볼 때도, 학생들에게 Academic English writing을 가르치면서도, 내 영어 라이팅 실력은 나쁘지 않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논문을 쓸 때의 영어는 IELTS writing과는 또 달랐다. 특히나 논문의 경우는 쓰는 방법이 정해져있다. 어디에 무슨 내용을 써야하고 심지어 서론 (introduction)과 고찰(discussion)의 비율도 정해져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에는 이걸 배운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가르쳐주셨는데 내 기억에 안남아있는 것일 수도 있다 ㅎ) 여기서는 Scientific writing course가 따로 있다. 심지어 많은 박사생들도 이런.. 2020. 9. 17.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두 곳을 다녀본 후기 독일에 오기 전, 아무것도 모르던 학부생 시절, 독일 유학을 꿈꾸기도 전에 내가 들어본 독일의 연구소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헬름홀츠 연구소였다. 그 때는 막연히 어떤 연구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와 유명한 연구소!" 이렇게만 생각했고, 내가 이런 곳에 들어간다면 나의 인생은 탄탄대로를 타고 쭉쭉 나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독일어는 커녕 영어도 못했으므로, 그런 곳을 가는 사람들은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겠거니 생각하고는 말았다. 내가 공부를 했던 도시에는 나름 바이오, 메디컬 연구소들이 많았다. 다른 독일의 큰 도시들도 이런식으로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곳은 여러 바이오 연구소들이 밀집해있는,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연구단지 같은 곳이 있다. 그래서 그 유명한 막스플랑크 연구소.. 2020. 9. 15. 독일 대학원 졸업 후, 독일과 한국에서의 연봉 차이? (나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싫어하는 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탈조선"을 꿈꾼다. 한국이 살기 각박해서, 한국의 직장문화에 신물이 나서, 한국의 뭐가 어떻고 뭐가 어때서 등등.. 나도 사실은 비슷한 이유로 독일에 오긴 했다. 영국에서 돌아온 후 한국에서 잠깐 일했던 직장이 나름 학사 졸업자에게 돈을 많이 주는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곳의 직장문화가 너무 싫었다. 물론 직장문화도 직장나름, 문화나름, 사람나름이긴 하겠지만서도 부조리가 버젓이 존재하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삼지 않는 것이 너무 싫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아서 어딜 가나 직장 스트레스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독일은 한국보다 이러한 부조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잘 되어있다고 느꼈다. 이건 내가 독일에서 회사생활을 해보지.. 2020. 9. 15. 이전 1 ··· 3 4 5 6 7 8 9 ··· 13 다음